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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Dec 01. 2022

힘내 등신아!!
(아 제게 하는 말입니다ㅎ)

2022年 12月 01日

강작> 광복>



miss potter opening song Movie Cut



첫 번째 편지

강작


친애하는 A.L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YOUNHA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리죠.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사셔야 해요." - 김혜남 


친애하는 나의 아날로그롤링레터 벗들-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강작이에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그냥 다 잘 지냈고 있다고 치기로 해요.


지난번 결혼을 했다고 소식을 전하고, 많은 계절이 지났네요. 벌써 12월 18일이면 1주년. 저와 제 책장에 있는 <아롤>은 그럭저럭 지내고 있었어요. 


남편과 많이 다투었고, 그때마다 제가 몸서리치며 울었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먼저, 삶의 변화를 줄 때는- 안전벨트를 차야한다는 것. 을 배웠어요. 안전벨트 = 내가 애정 하는 것들을 주변에 두기(사람, 환경, 활동 등)라는 것.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었어서 많이 외로웠고 힘들었거든요. 사람들이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행복은 만드는 거라고. 맞는 말이지만, 만드는 것도 그럴 에너지가 있어야 만들어요. 그러니까, 언제나 안전벨트는 차야 한다는 거. 


지친 마음은 몸을 아프게 했어요. 어머니도 아프신데, 그런 어머니께 요양을 받으러 친정에 가곤 했고요(지금도 친정). 마음의 병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알았네요(웃음). 아직도 병원을 오가며 치유 중이에요. 


몇 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는 이제 제 힘듦을 제 탓으로 돌리지 않아요. 예전엔 이렇게 말했겠죠. 

- 그래, 강지혜. 이렇게 슬프고 아픈 건 네가 다 선택하고 네가 다 만든 결과물이야. 정신 차려. 극복해. 

하지만 이젠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선택이라는 건 옳고 틀림이 없고, 저는 좋지 않았던 선택을 옳게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어요. 아파해가면서 노력했거든요. 그 결과가 힘듦이라면 저는 그 힘듦에게 말할 거예요. 


나는 노력했고, 노력해왔어. 그리고 앞으로도 노력할 거야. 


김혜남 작가님은,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고 하셨죠. 그러니까 무조건 즐겁게 살라고.  얼마 전 병원에서 몸에 조영제를 넣고 CT 기계에 들어가면서 그 문장이 또 생각나더라고요. (정신이 산만해진 탓에 침 삼키지 말라고 했는데 삼켜버렸다는) 


- 아씨, 이제 뭐가 어떻게 됐든 즐겁게 살아. 그냥 사는 동안 무조건 즐겁게 살아 등신아!!!(네, 저도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ㅎ) 혜남 선생님처럼 곱지가 못하네요 저도. 


그렇게 시티를 찍으면서 속으로 외쳤어요. 영상 선생님이 '흔들렸네요?' 했죠(ㅎ 당연히 그랬겠지).


하여간 결론적으로, 저는 즐겁게 살려고 해요. 평택에 아무도 안 올 것 같은 공간을 빌려서, 제가 애정 하는 것들을 뭐든 채우려고 해요. 그럼 그곳에 당신과 우리의 A.L.도 있게 되기를. 



연결된 우리가, 삶에 지지 않기를. 



겨울의 A.L 은 강작부터 반드시 롤링을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늦어져서, 방황해서" 미안합니다. 

당신도 그랬죠? ㅎ 



- 마취제에서 깨어나고 있는 강작으로부터. 


답장을 이어주세요!




두 번째 편지

광복


: 타인과 가족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


누구 하나 그렇다고 할 것도 없이 우리 모두 많은 일들을 겪고, 바쁘게 지내온 2022년이었던 것 같아요. 화살같은 시간은 우리를 벌써 12월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이제는 한 살을 더 먹는 것보다 무엇인가 완성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더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 같아요.


혹한이 많이 움츠리게 만듭니다. 


강작이 꾸준히 전하는 소식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막상 회신을 주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개인 일정을 잡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업은 조금 줄여서 운영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과정 자체가 배움의 연속이라 지루할 틈이 없죠. 문득 벗들이 그리워집니다. 벗들의 소식들이 도착하면 저는 모든 것을 멈추고 반복해서 편지에 실린 소식들을 읽습니다. 그리고 어떤 나를 실어서 보낼지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은 오롯이 나의 시간이라서 마음에 큰 위안을 줍니다. 강작이 겨울 아롤을 보낸다고 하니까 기쁩니다.


미국 고전인 '앵무새죽이기'에서 아버지 핀치가 딸 스카웃에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조언을 해줍니다.


"무엇보다도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지."


10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다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와이프를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을 매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을 살아오다보니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함께하는 시간들이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어제는 딸이 정동에 있는 중명전에서 역사수업 듣는 동안 와이프와 손 잡고 산책도 하고, 미술관도 함께 관람했습니다. 그 시간들이 모두 현재를 설레게 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사랑하고 있었지만 나만이 아닌 와이프도 행복한 사랑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다 모릅니다. 다만 와이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더 커지면 그만큼 갈등도 사라집니다. 오히려 요즘은 사춘기가 찾아오는 딸을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대화도 많이 하고, 함께하는 시간도 더 늘리고 있습니다. 여자 두 명과 사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ㅋㅋㅋ


 새 해에는 모두 한 번 모이는 건 어떨까요? 

노원의 택수샘 가게도 좋고, 다른 곳도 좋습니다. 차 한 잔 하고 싶군요.


혹한이 찾아왔습니다. 감기도 조심하세요.



부평에서, 당신의 벗

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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