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둘에 엄마 하나, 세 자매들의 콩비지 같은 말들
순희 영희 숙희는 세 자매다. 순희 영희 숙희 사이에는 배추 한 장에 김치소 쏙쏙 넣듯 남자 형제들이 하나씩 있긴 하지만 보통 만날 때는 자매들만 만나곤 한다. 그녀들은 종종 서울에서 만나 남이 해주는 한식을 먹으며 '이 김치는 맛이 잘 들었다야', '나물이 좀 짜게 무쳐졌다'부터 시작해서 '요즘 열무가 철이라 엊그제 마트에서 열무 사다가 물김치를 담궜는데 찹쌀풀을 넣었더니 어찌나 시원한지 몰라'라는 말로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그녀들에게는 프롤로그가 언제나 음식이고 집밥 이야기다.
첫째 이모 순희, 둘째 이모 영희 그리고 막내 숙희는 나의 엄마다.
얼마 전 첫째 이모 순희의 생신이라 나도 같이 축하를 드리러 세 자매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는데 비슷하게 생긴 중년에 접어든 세 여자가 쪼르르 한 켠에 앉아있는 것을 맞은 편에서 마주하니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남편도 자식도 모르는 이야기들, 이야기한다 해도 그들은 이해를 못할 그런 곰삭은 이야기들을 반찬처럼 꺼내 언니와 동생 앞에 놓여진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가 눈물도 찍었다가 박장대소를 했다가 아무도 듣는 사람 없는데 목소리를 낮추기도 한다. 8시에 나오는 KBS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은 이 시청자는 도저히 쓰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다.
'이건 글이든, 유튜브든 남겨야 해!'
그래서 시작해보련다.
평균 나이 65세, 격주로 순희 영희 숙희 세 자매와 데이트를 하고(커피값은 이 조카가 쏩니다!) 그녀들의 거침없는 속이야기를 브런치스토리로 풀어보기로. 박막례 할머니도 유튜브로 새로운 인생을 사신다고 하는데 비루한 내 실력으로 유튜브는 못하겠으니 순희 영희 숙희는 브런치스토리로 숨통 좀 트여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