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디렉터 김유경이 바라보는 세상
맛있으면 Okcal! 맛있는 음식은 먹고 싶지만 살찌는게 두려워 MZ 세대가 자기 최면을 걸기 위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그것이 로제소스 떡볶이여도,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프라푸치노여도 맛있으면 살이 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죠. 사람들은 그렇게 ‘0Kcal’라는 표현에서 심리적으로 해방감을 느끼곤 합니다. 어릴 적 콜라와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이유없는 죄인이었습니다. ‘콜라를 마시면 이가 썩는다’, ‘사이다를 마시면 살찐다’ 등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탄산 음료를 먹지말라고 가르쳐왔죠. 하지만 2000년 이후 식품업계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0Kcal 탄산수가 웰빙 음료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코카콜라 제로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가 출시되며 탄산음료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903억원 규모였던 저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2020년 1319억원 규모로 커졌고, 많은 음료 업체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제로 칼로리 음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올해 더 많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과거에도 출시된 적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로 칼로리 사이다는 일반 사이다보다 ‘맛이 없다’라는 평가를 받아 단종이 되버리기도 했는데요, 탄산수 시장이 커지며 탄산이 주는 식감에 익숙해지고, 해를 거듭할수록 제조사들의 기술력과 맛이 좋아져 현재는 제로 칼로리 콜라가 더 맛있어서 일부로 제로 칼로리를 선택하는 소비자층도 생겨났습니다.
그렇다면 제로 칼로리 음료는 정말 ‘ZERO’ 칼로리일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식품성분표시 규정상 음료는 열량이 100ml 당 5kcal 미만일 경우 0kcal 로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로 칼로리가 아니라 저칼로리 음료입니다.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당이나 설탕 대신에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 칼로리가 미미한 인공 감미료를 넣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ZERO’ 칼로리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는 무알콜 맥주 표기와 비슷한 방식인데요, 국제 주류법상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인 맥주의 경우에는 이를 표시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무알콜 맥주로 분류될 뿐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알콜 맥주에도 최소 0.05% ~ 0.99% 사이의 알코올이 함유되어있어 유의하고 섭취해야겠습니다.
당분과 칼로리를 쏙 빼니 1초에 4병씩 팔리는 탄산 음료부터,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카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카페인 커피까지. 칼로리, 당분, 카페인을 낮춘 많은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고, 소비자들도 더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그 시장의 크기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최대 제빵회사 SPC 그룹의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 ‘던킨 디카페인 커피’를 지난 5월에 출시했습니다. 카페인 함량을 96.9% 제거하고, 디카페인임에도 더욱 풍성한 맛과 향을 자랑해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은 물론 늦은 오후나 밤에도 걱정없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장의 크기를 키우고 있는 중요한 요인은 소비자의 행복 지수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여지는데요. 2000년 초반에 웰빙 바람이 일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입니다. 웰빙 바람이 불었을 때 검은 콩이 들어있는 우유, 비타민이 들어간 음료, 유기농 야채, 컬러푸드 등의 인기가 높았는데, 이는 내 몸을 한번 더 생각하고, 내 몸에 이로운 음식이나 음료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먹는 양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칼로리, 당분, 카페인을 낮춘 상품들을 찾는 이유는 탄산음료나 커피, 맥주 등에 포함된 유해한 성분들이 대폭 줄어들어 ‘원래부터 먹고 싶었던 것을 걱정없이 먹을 수 있어’ 소비자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훌륭한 대안책이 되는 것이지요.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보다 아는 맛을 잊으려고 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내 마음 속에 잠재되어있던 ‘탄산음료에 대한 열망’ ‘커피에 대한 애정’이 제로칼로리, 디카페인을 만나 욕구가 해소되며, 행복 지수도 함께 올라갑니다.
글 |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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