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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디렉터 김유경 Jul 14. 2021

Oh, My Salad Days! 샐러드의 나날이여

푸드디렉터 김유경이 바라보는 세상

“Oh, My Salad Days!” 셰익스피어는 <Antony and Cleopatra>에서 샐러드를 ‘젊은 시절, 찬란했던 나날, 풋내기 시절’ 등으로 비유했습니다. 

ⓒ unsplash.com

샐러드가 가지는 ‘푸릇하고 싱그러운 이미지’를 자신의 인생에 빗댄 것이죠. 우리말에도 ‘청춘 (靑春)’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매우 젊고 꿈이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시기를 뜻하는 말로 여기에도 푸른색을 상징하는 푸를 청: 靑이 사용되고 있죠. 푸릇한 색깔이 주는 이미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음, 생동감, 희망’ 과 같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부여하나 봅니다. 근래 들어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샐러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샐러드라는 존재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떠한 즐거움을 주는 것일까요?


 

샐러드의 기원과 구성

샐러드는 기원전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먹던 음식으로 당시에는 생야채에 소금만을 뿌려 먹었던 습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샐러드의 어원은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유래되었고, 라틴어 문화권에서는 여전히 샐러드를 살라타 (Salata)라고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소금만 뿌려 먹다가, 맛의 풍미를 위해 올리브오일, 식초 등으로 드레싱을 만들어 양념해 먹고, 그 위에 고기, 생선, 달걀, 콩류 또는 치즈와 같은 고단백 식품을 올려 영양가를 더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었죠. 

ⓒ unsplash.com

샐러드의 구성은 크게 베이스 (Base), 바디 (Body), 드레싱 (Dressing) 과 가니쉬 (Garnish)로 구성됩니다. 베이스는 그린 샐러드의 기본적인 재료 양상추, 로메인, 치커리 등을, 바디는 닭가슴살, 햄, 베이컨, 연어 등을, 드레싱은 비네그레트나 랜치 소스, 요거트 소스 등을 말하며 가니쉬는 파슬리, 바질, 올리브와 같이 샐러드의 맛과 모양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허니 레몬 드레싱을 두른 닭가슴살 로메인 샐러드라면 베이스는 로메인, 바디는 닭가슴살, 드레싱은 허니 레몬이고 고명은 파슬리나 레몬 슬라이스 등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드레싱은 샐러드에서 뺴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로 단순히 새로운 맛을 첨가하는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대게 오일이나 마요네즈 등으로 만들기 때문에 영양소로서 지방과 칼로리를 올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샐러드에 빠진다는 것은 나를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

야채 위에 무엇을 올리고 어떤 드레싱을 올리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샐러드 (Salad)는 채식 (Vegetable) 이라는 범주 안에 속합니다. 채소라는 뜻의 Vegetable 은 Veget과 able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Veget 은 ‘원기왕성한, 정력적인, 생기 넘치는’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Vegetus에서 유래되었는데요. 여기에 무엇을 가능케하고, 할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의 able 이 붙어 Veget+able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고, 이는 ‘원기 왕성하게 만드는, 정력적으로 만드는, 생기 넘치게’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채소와 샐러드는 어떻게 사람을 생기발랄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 unsplash.com

첫번째는 올바른 영양 밸런스입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샐러드를 ‘풀때기’에 비유하며 영양가없는음식으로 무시하곤 했는데, 샐러드에 올라가는 토핑과 드레싱이 다양해지면서 단백질과 지방, 식이섬유, 비타민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샐러드를 먹을 땐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기나 생선, 곡류 등을 찾아서 먹게 되는데,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땐 굳이 샐러드를 찾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채소나 샐러드를 찾지 않으면 은근히 먹기 어려운 것이죠. 그래서 샐러드를 즐겨먹기 시작하면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게 되어 균형있는 신체와 평온한 마음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두번째는 바삭함이 주는 경쾌함입니다. 사람들이 숲을 좋아하는 이유는 좋은 공기를 맡을 수도 있지만, 발에 밟히는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고요하게 울고 있는 새 소리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존 앨런의 『미각의 지배-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 에서는 바삭하거나 아삭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두뇌 속 청각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데, 이 과정이 중독성이 있어 인간이 자꾸 바삭한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욕망을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감자칩, 후라이드 치킨, 새우튀김 등 이 세상에는 다양한 바삭한 음식이 많지만, 사실 원천은 식물과 곤충, 그리고 익힌 음식의 겉면입니다. 아삭한 샐러드와 야채, 과일을 먹을 때 우리는 두개골 사이로 울리는 경쾌한 소리에 온몸의 세포가 기분좋게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음식을 자꾸 찾게되는 것이죠. 바삭한 후렌치후라이를 먹다가 눅눅한 후렌치후라이는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unsplash.com

마지막으로는 무궁무진한 조합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샐러드는 베이스, 바디, 드레싱, 가니쉬로 구성되있기 때문에 어떠한 식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셀수없이 다양한 조합의 샐러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재료에 따라 어울리는 드레싱이 있기는 하지만 정해진 룰이 아니기 때문에 샐러드를 만드는 사람의 입맛이나 기분에 따라 재료를 선택할 수 있고, 무궁무진한 조합의 샐러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Salad Days 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Salad Days 를 즐겨보는건 어떨까요? 


글 |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이메일 | angelakim@tastykorea.kr     

https://in.naver.com/foodie_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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