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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디렉터 김유경 Feb 22. 2022

트렌드와 유행은 다르다

트렌드와 음식 이야기 : 푸드트렌드 2022

'그 옷 트렌디한데?' '그게 요즘 트렌드야'. 언젠가부터 트렌드라는 것은 박사나 학자들이 연구하고 발표하는 학회의 주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스며 들고 있는 움직임이나 현상을 말합니다. 트렌드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어떠한 사물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자하는 욕망이 담겨있기도 하고, 트렌드는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서 나 자신이 힙하고, 팬시한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비거니즘 (Veganism)이 가장 대표적인 예죠. 비건이라는 것은 과거에 특정한 종교나 일부 환경단체가 지향하는 식단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지구의 건강과 나의 건강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솔루션이자 남들과 다르게 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이라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난 너희와 다르게 지구의 안녕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식물성 단백질 패티가 들어가 있는 햄버거를 먹어.' '나는 파인애플 섬유질로 만든 소재의 옷만 입어. 그래야 쓰레기도 줄이고, 지구를 지킬 수 있거든'.


비거니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따라 하는 단발적인 유행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이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는 트렌드 세터들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상업적으로만 활용되고, 짧게 끝났다면 이는 트렌드가 아닌 유행으로 기록되고 사라졌을 겁니다.

 


트렌드와 유행. 비슷한 듯 다른 두 가지 현상은 살펴보면 꽤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와 김난도 교수가 발행한 트렌드 코리아라는 서적은 매년 그 해의 띠를 바탕으로 트렌드 키워드를 잡아가며, 대한민국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서적으로 책 속에서 트렌드와 유행의 차이를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유행은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단발적인 것을 의미하고, 트렌드는 기존과는 구분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식 등의 변화로 지속적인 성격을 보입니다.



유행 중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1년을 지속하고 사라지면 패드 (Fad: For a day), 상당히 많은 사람이 5년 이상 지속하는 것을 트렌드 (Trend), 이러한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되면 메가 트렌드 (Mega Trend), 30년 이상 지속되면 문화 (Culture)로 자리 잡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한때 전국에 있는 카페를 떠들썩하게 만든 흑당 버블티, 흑당 아이스크림, 흑당 라테들이 대표적인 유행의 사례로 볼 수 있죠. 벌집이 통으로 올라간 아이스크림에 막걸리 벌집을 넣어서 꿀막걸리를 만들어 먹고, 한때 품귀현상을 누렸던 허니버터 칩이 잠깐 반짝! 하고 지나가버린 것처럼요 (지금 돌이켜보면 한국 사람들 참 단거 좋아한다는 생각도 든다는... 단짠단짠의 민족)




흥미로운 것은 유행과 트렌드는 한참 유행할 때는 모르다가 2~3년 정도 지나고 나면 이것이 유행이었구나, 이것이 트렌드였구나 하고 평가하게 됩니다. 3년 뒤에도 그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수많은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그러한 방향으로 생산과 소비를 하고 있다면 이는 트렌드로 평가받습니다.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현대 실존주의 문학가 프란츠 카프카가 살아생전에는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하다가 사후에 그 가치를 빛내는 위대한 예술가로 재평가되는 것처럼 말이죠. 다음 세대의 화가와 작가들이 빈센트 반 고흐 풍의 그림을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의 서체를 이어나가면서 그들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빛나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트렌드는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행은 단순히 '그땐 그랬지'에서 멈춘다면, 트렌드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증설의 저주입니다. 어떠한 제품이 출시 초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설비 증설을 나서면 그 사이에 제품의 가치가 떨어져 업체가 낭패를 보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냄비 현상이 강하기 때문에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아주 짧습니다. 그래서 공급자는 라이프 사이클을 길게 만들어야 합니다. 박리다매식으로 싸게 후려쳐서 많이 팔고 빠지는 것은 트렌드를 공략한 판매 방식이 아닙니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변화시켜 소비자에게 호감을 갖는 상품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식품 산업은 패션, 코스메틱, 액세서리, 가구와 같은 다른 산업에 비해 단가가 낮은만큼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이를 길게 만들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푸드 디렉터 김유경 (angelakim@tastykorea.kr)

-경희대학교 조리외식경영학과 석사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WSET 2 와인 과정 수료

-2021 글로벌 푸드 트렌드 & 테크 컨퍼런스 좌장

-세계일보, SPC 매거진, 롯데그룹, 한국조선해양  다수의 사보  신문 컬럼 기고 

-KBS 밥상의 전설, MBC 기분좋은 날, TVN 쿨까당, JTBC 쉘위치킨 등 다수의 방송 출연


해당 자료는 푸드디렉터 김유경이 직접 제작한 자료로 제3자의 상업적인 활용을 엄격히 금지하며, 비상업적으로 활용을 할 경우라도 출처를 반드시 남기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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