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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열타자기 Jul 04. 2018

액땜이라는 값싼 위안

나쁜 일은 그냥 나쁜 일일 뿐



안 좋은 일을 당하면 반사적으로 ‘액땜했다’ 말하곤 합니다. 문득 ‘액땜’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더 큰 일 당할 것을 작은 일로 끝낸다’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당장 좋지 않은 일을 겪었더라도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이자 일종의 ‘정신승리’ 주문인 셈입니다. (어쩐지 입에 착착 붙더라니)     


저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액땜했다’라는 말을 주야장천 외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상하리만치 안 좋은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업무로 새로 만나는 사람마다 상식을 벗어나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심지어 비용처리를 안 하거나, 성사 단계였던 프로젝트가 막판 이상한 변수에 의해 결렬되는 등 ‘재수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더 큰 일을 위한 액땜이겠지’라고 반복적으로 위로하며 버텼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액땜이길 기대했지만,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더군요.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액땜이라 값싼 위안을 기대하다 스트레스가 계속 누적되었고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한동안 일을 쉬었습니다. 액땜이라는 위안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죠.      


자초지종이 어찌 됐든 안 좋은 상황을 맞이했을 때 하루하루를 희생하며 그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사실 스스로 부과하는 가장 큰 희망 고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쁜 일은 그냥 나쁜 일일 뿐, 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멘탈을 부여잡고 수습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값싼 위안에 기대어 반복된 요행을 바라지는 않았는지를 반성하며. 


안 좋은 일들은 제발 여기까지만......

최창규 (THINK TANK, Brand & Marketing Director)

 litt.ly/thinktank_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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