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사진과 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예술작품은 말보다 더 오래, 더 멀리 가는 ‘말’이다. 시간을 견디는 매체 만들기에 끊임없이 몰두해 온 인류는 드디어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었다.
이 카메라는 인간이 놓친 시선과 맥락을 용케 잘 잡는다. 시인 박노해가 자신의 첫 번째 사진전을 ‘빛으로 쓰는 시’라 했듯이 이렇게 포착한 주제는 압축적이며 상징적인 시만큼이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술관 옆 도서관 세 번째 이야기는 박노해의 사진과 더불어 다섯 권의 책을 읽으며 낯선 길에서 스스로 푯대가 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2014년 2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展에 유난히 젊은 관람객이 많았다. 시인 박노해는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아시아 6개국의 ‘다른 삶’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젊은이들은 그 사진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의‘다른 길’을 발견하고자 했다.
한국사회는 OECD 국가 중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70%를 넘었다.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의 30%에 비해 너무 높다. 그런데 대졸자의 실업률도 높다. 대졸자의 숫자에 맞추려면 해마다 경제성장률이 최소 20%에 이르러야 한다((*출처 정진곤의 교육이란 무엇인가?)고 하니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 보다 월등히 많은 청년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청년들은 자신이 정말 원해서 그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란다.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단다. 대학을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고 어느 곳에도 자신을 두지 못한 채 혹은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지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지 몰라 뒤늦은 방황과 사춘기에 몸살을 앓는다. 부모가, 선생님이, 나아가 우리 모두가 소년 소녀들에게 그 길이 안전하다고 등을 떠민 결과다. 사회 구성원이 똘똘 뭉쳐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이른바 학교에서의 모범생을 양육하느라 공공재원, 그것도 모자라 가계비까지 온통 쏟아 부어 비슷비슷한 청년들을 양산했다.
박노해의 사진과 함께 읽는 책 4권과 한 편의 영화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며 과감히 ‘다른 길’에 서도록 청년들에게 용기를 북돋을 때라고 일러주는 말들이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박노해의 시 [문제아]를 소리 내어 읽는다.
문제 투성이 아이야
문제아로 찍힌 아이야
문제아는
문제의식이 많은 아이
물음을 많이 품은 아이
세상을 달리 보는 아이
늘 문제를 일으켜
모두를 새롭게 일깨우는
너는 미래에서 온 아이
너만의 문제를 품고
너만의 문제의식으로
주어진 세계에 도전하는
너는 창조의 불덩어리
모난 돌이 정 맞는다지만
모난 놈이 세계를 창조한다
문제아가 문제의 세상을 바꾼다
울지 마라 문제아
힘내라 문제아
(*출처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42,243쪽 2010 느린 걸음)
2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