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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정희 Sep 07. 2015

청년! 낯선 길에서 스스로 푯대가 되다! 2

사진과 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문제아가 따로 있지 않다. 내 안의 문제성을 발견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혹은 다양한 생각이라며 발전적으로 전환시키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 또한 한번 문제아가 영원히 문제아라는 법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제 옆을 지키는 친구 덕분에 뭐라도 해보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는 ‘스탠바이 미’의 문제아 크리스의 말을 들어보자.   


친구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에 재간이 있지도 않고 앞으로 뭘 해먹고 어찌 살지 막막한, 그래서 하릴없이 동네 사람들과 불화하고 가족들과 싸우고 동네 불량배들과 맞짱을 뜨는 문제아 크리스와 그의 단짝 고디. 주인공 ‘고디’는 재능 많았던 형의 이른 죽음으로 ‘자신이 죽었어야 했다고’ 자책하며 산다. 그런데도 고디의 친구 크리스는 고디를 아주 부러워한다. 고디가 이야기를 아주 잘 짓는 재주가 있고 또 그 재능을 살려 소설가가 된다 해서다. 일찌감치 제 길을 정한 친구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동기 중 한 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아이는 별일 아닌 일로 집을 나왔다가 철교에서 기차를 피하지 못해 죽었는데 크리스의 형과 폭력배들이 시체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다른 범죄가 탄로 날까 두려워 시체가 있는 곳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했는데 어쩌다 크리스가 그 말을 듣게 되었다. 곧장 친구 고디와 둘을 더 꼬셔 시체를 찾으려 한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학교를 같이 다닌 아이니 시체라도 찾는 것이 도리라고 말이다.


부모님한테는 친구네 집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4명의 문제아들은 밤새 기찻길을 걸었다. 죽은 친구가 당한 것처럼 철길 위에서 갑자기 기차가 나타나는 바람에 미친 듯이 소리치며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도 했고 한밤 중 숲 속에서 들리는 괴이한 소리에 놀라 두려움에 떨기도 했지만 드디어 시체를 찾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때부터가 진짜 위험했다. 들것을 만들어 시체를 실으려는 데 형과 친구들이 나타나 시체를 달라 위협했다. 크리스는 처음 길을 떠나자 했을 때 보다 더 단호했다. 어렵게 찾은 시체여 서라기 보다 같은 학교 아이이고 그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시체를 가져가야겠다며 맞서는 게 아닌가! 일이 꼬이자 당황한 폭력배들은 무력으로라도 시체를 뺏겠다고 달려드는 순간, 크리스가 호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들며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제대로 겨누기는커녕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눈빛은 어디를 보아야  할지 길을 잃었고 제대로 서 있기 조차 힘들었다. 친구 두 명은 예기치 못한 사태에 벌써 기절했다. 여태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던, 그래서 학교에서는 열등아로 통하던, 철길을 걸으며 고디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으면서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괴롭다던 바로 그 크리스!  

고디를 돌아보며 말했다.  

 

‘스탠바이 미’(내 옆에 있어줘) 

 

어디에서 그런 힘이 생긴 것일까! ‘고디’는 크리스보다 더 심하게 떨면서 오줌을 질기면서도 결단코 시체를 내 주지 않겠다며 몰래 훔쳐 온 아빠의 총을 꺼내 든 친구 ‘크리스’ 옆에 똑바로 섰다. 그제야 크리스는 총을 든 손에 힘을 주고 제대로 겨누었다. 짧은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폭력배 청년들이 사라졌다. [스탠바이 미]는 위기의 순간 목숨을 걸고 곁을 지켰던 청소년들의 무모했지만 강렬했던 하룻밤 모험담이다. 그 사건 이후 크리스는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시작한다. 더디기는 했지만 날마다 조금씩 진도가 나간다. 자신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장차 무엇을 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무엇이든 해보기로 맘 먹었다.



[스탠바이 미]는 청소년들의 방황, 고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친구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절의 이야기다. 하일권의 만화 [목욕의 신]에도 일단 제 눈앞에 있는 일을 하면서 길을 찾는 청년 허세가 등장한다.

    

허세는 이름 그대로 허세에 찌들어 사는 청년 백수다. 취업이 되지 않자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고 결국 사채를 빌렸다가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엉겁결 에 목욕탕에 숨어들었다가 그곳에서 이상한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허세더러 등을 밀라 하더니 그의 손이 특별히 때밀이를 하도록 태어난 ‘신이 내려준 손’이라고 한다. 때밀이를 우습게 알던 허세, 처음에는 화를 내지만 할아버지가 일을 시작하면 빚을 갚아 준다는 말에 해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아주 무시했던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손님들마다 몸의 특징이 다르고 피부의 체질도 다르며 목욕탕에 오는 이유도 다르다. 그에 따라 적절한 기술을 사용해야 하고 알맞은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익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관문이 있었다. 훈련은 혹독했고 ‘신의 손’을 가진 허세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눈길도 매서웠다. 때밀이라는 직업을 향해 수 년동안 수련을 한 이들이 보기에는 단지 신의 손을 가졌을 뿐, 이 방면에는 전혀 관심도 능력도 없어 보이는 허세가 싫을  수밖에 없었다. 더는  도망갈 때가 없는 허세는 맘을 고쳐 먹고 목욕탕에서 제대로 한번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바깥에서 옥죄어 오는 현실이 그만큼 절박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손을 ‘신의 손’이라 말했던 할아버지의 말을 믿었다. 자신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던  그동안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할아버지의 말에 기댄 것이다.

 매일 노력하고 단련한 끝에 마침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허세,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목욕탕의 주인이었고 자신의 손은 특별한 게 전혀 없는 그저 평범한 손이었다. ‘신의 손’은 금자탕의 주인이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젊은 허세가 너무나 위태로워 보여 무엇이든 붙잡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진 말이었다. 허세는 속았다는 생각도 들고 여지껏 한 고생에 화가 나 목욕탕을 뛰쳐나가지만 결국 할아버지의 말은 옳았다. 그때 허세는 무엇이든 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눈 앞에 있는 일부터 붙잡아 몰두하다 보면 일이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한다.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일이 ‘나’를 찾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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