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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개발자 Oct 15. 2017

대기업 개발자의 스타트업 생존기(7)

07. 이별 그리고 재회

 이제는 결혼이라는 단어가 멀지 않은 나이. 어렸을 적부터 반드시 디자이너와 결혼하겠다는 야무진(?) 꿈이 있었다.


 운 좋게도 생존이라는 각박한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나를 만나주던 한 친구가 있었는데, 나처럼 자기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친구였고, 그만큼 갑작스러운 나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나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일들로 인하여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고, 그런 나에게 여유 있는 모습이 보일 턱이 없었다. 그런 상대의 모습을 좋아할 여성은 없을 것이다.


 항상 그 친구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유럽으로 가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나의 불안정한 모습과 상태가 길어지자 결국 서로 이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 상황이지만, 내 주변에 펼쳐진 상황들 그리고 나의 부족한 점들로 인하여 이별을 겪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별을 하고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정말 어린아이처럼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건 처음이다.


 내가 택한 결정으로 인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생각에 도대체 내가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한 길을 택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한 순간 모든 의욕들이 눈 녹듯 사라졌었다.


잠깐.. 생각해보니 나만 이별한 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유능한 디자이너 한 명을 떠나보냈다.

 지금 그 친구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유럽으로 떠나, 자신의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엔지니어도 디자이너도 실력이 있으면 그렇게 다들 여길 떠나는구나. 

 대한민국에는 누가 남아있는 걸까. 분명한 것 하나는 나는 여기 남아있다. 그리고 살아 숨 쉬고 이렇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고 있다. TOP 1 = CEO. [출처 : 코리아 헤럴드]


 주변에서 여기 대한민국이 살기 좋고, 일하기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흙수저여서 그랬는지.

 나는 나의 자식 세대들은 나의 세대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이 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우리나라를 바꾸는데 아주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그 시작을 아주 작은 회사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패기 넘쳤던 첫 번째 글을 쓴 지 1년 반. 고된 지난 시간 동안 여전히 세상은 꿈쩍 도하지 않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만 같다. 하지만 천천히 변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나의 행보로 인하여 조금이라도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었지만. 그저 생존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롭게 열정을 쏟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행복을 찾기 위해 그 좋은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여전히 수지가 안 맞는 일이다. (하지만 퇴직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인기가 많은 글들 중 하나인 것 같다. 마음은 그러고 싶지만 쉽게 그럴 수 없기에.)


 그래. 겨우 뭘 했다고. 조급한 생각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야만 하는 강력한 근거들을 계속 찾아 나아가 야만 할 것이다. 진실은 시간이 지나서야 밝혀지기에.


다만,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이길 간절히 희망한다.



 아무튼간에. 내가 그렇게 이별로 인하여 넉다운되었을 때, 내 메일함에 새로운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그리고 그 메일의 발신처는 내가 떠나온 그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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