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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 Dec 10. 2015

언론사가 정치보도하면 안 되는 법도 있다

최근 몇 년 간 진화된 네트워크 환경이 사람들의 일상에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는, 표현에 서툴렀던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디지털 공론장에 개진하고 사회 담론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1791년 12월에 채택된 미국 연방대법원 수정헌법 제1조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 권리가 보장되었다. 표현의 자유는 언론, 출판, 집회에 대한 자유, 정부에 대한 탄원의 권리까지 모든 표현의 행위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정치적 용어에 가깝다. 표현으로 보장되는 대부분의 행위는 정치적 표현과 닿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에는 이러한 정치적 표현을 조건에 따라 허용하지 않는 법령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도 언론사에 대해서 말이다.


지난 12월 8일 자 ‘인천일보’는 시흥시 지역 언론 2곳이 경기도로부터 정기간행물 규정을 어겨 정간 처분을 받았다며, 지역 언론에 대한 이러한 징계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참조) 


내용을 살펴보면, 한 언론사는 '정치분야'를 보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건 지역 언론의 사명이다. 그런데 지역 언론이 정치보도를 할 수 없다니, 더구나 일반 시민들도 자유로운 정치적 발언을 보장받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지역 언론사가 정치보도를 할 수 없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었다.  


"법인이 정치보도하면 기사고, 개인사업자가 보도하면 찌라시인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 조항에 의하면 해당 언론사는 ‘특수주간신문’에 해당하며, 정치분야를 제외한 산업·과학·종교·교육 또는 체육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된 사항의 보도·논평 및 여론 등만을 전파할 수 있다. 다시 설명하면, 신문법은 크게 일반과 특수로 구분하며 발행주기에 따라 일간신문, 주간신문으로 나눈다. 여기서 일반과 특수의 구분 기준은 87년에 제정된 정간법에서는 윤전기 보유 유무에 따라 등록을 할 수가 있었지만, 현재 이 법은 개정되어, 발행주체가 법인 혹은 개인사업자에 따라 구분하여 등록할 수 있다. - (제13조(결격사유 등) ③ 법인이 아닌 자는 일간신문이나 일반주간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 


결국, 정치보도에 있어 발행주체가 법인이면 발언의 자유를, 개인사업자면 함구를 지시하는 법이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보다 법인 등록이 훨씬 수월해진 현 상황에서 언론사 발행주체가 법인인지, 개인인지에 따라 보도의 형평성이나 균형성이 보장된다는 식의 법령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상위법에 어긋나는 법으로, 헌번재판소에서 위헌을 가려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미 1997년 10월에 개정 전 ‘정간법’으로 지역 언론의 특수주간지가 정치보도를 못하도록 한 규정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며 헌번 소원심판 청구를 낸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청구인이 발행주체가 아니라 독자라는 점, 청구일자가 지났다는 점을 들어 부적법 결정이 난 적이 있다. 이 사례로는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이 적법한지 부적합지에 대한 해석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흥시는 이렇게 난해한 조항을 들어 경기도에 민원을 제기했고, 경기도는 또 이 조항에 의거하여 해당 지역언론사를 징계 처분했다.


그렇다면, 인터넷언론사는 정치보도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답은 할 수 있다. 

신문법 제2조(정의)에 명시된 바에 의하면 

"인터넷신문"이란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와 통신망을 이용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관한 보도·논평 및 여론·정보 등을 전파하기 위하여 간행하는 전자간행물이라 정의하고 있다.


개인도 할 수 있고, 일반일간지, 또는 주간지, 인터넷 언론사도 할 수 있는 정치발언 및 보도를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정치보도를 할 수 없는 이 법이 과연 합당하고 균형적이며 누구에게나 형평성 있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잣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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