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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식 Mar 30. 2018

인터뷰할 때 '알파독 스토리'를 염두에 두자

[인터뷰이 클리닉] 그 다섯 번째 이야기

본 글에서는 기본적인 답변 요령이나 말투, 완급 조절, 답변 타이밍, 기억해 둘 만한 몇 가지 관용구에 대해 알아보자. 특히 관용구 등 인상 깊은 멘트는 기사의 타이틀로 장식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좀 더 비중 있게 다룬다.


기자는 취재원과 인터뷰 약속을 하고 나면 이후 더욱 구체적인 정보 검색에 들어간다. 취재원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SNS 계정은 물론 그의 기업 정보나 이전에 보도된 기사, 보도자료, 주변인 의견 등을 참고해 예상 질문지를 작성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첫 인터뷰가 ‘알파 독 스토리Alpha Dog Story’가 되어서 이후 보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물론 매체마다 혹은 기사나 기자마다 인터뷰 방향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기자는 이 점을 반드시 체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 사실을 유념해서 답변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 위 알파독 스토리란?                                                                                            

미국 언론인 샐리 스튜어트(Sally Stewart)가 주창한 개념으로, 처음 보도된 기사가 후속 기사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처음 언론과의 인터뷰나 보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기자들은 취재원을 섭외하거나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기존에 보도된 기사를 참고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파급 효과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는 한 중견 IT 기업 대표는 과거 알파 독 스토리로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1997년 초 외환위기 직전, 벤처사업가가 결혼상대 1순위로 꼽힐 정도로 버블 경제가 정점을 찍을 무렵이었다. 수많은 기업이 연쇄부도로 쓰러지고, 수많은 투자자가 파산하여 길거리로 내몰린 상황에서 그는 기존에 경영하던 인터넷 사업 대부분을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 큰 이익을 챙겼다. 


당시는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벤처기업과 벤처사업가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대체로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내던 시절이었다.


수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 매체가 그 중견 IT 업체 대표에게 ‘벤처 붐 이후의 그들의 행보’와 관련해 인터뷰 요청을 했고, 그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과거 우호적이었던 인터뷰를 생각하고, 이번에도 그렇게 써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더 알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자도 만나게 하고, 자신이 투자한 지방의 큰 단지도 소개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나고 다니는 부유한 지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후 보도된 기사는 그에게 날벼락 같은 것이었다. 그가 벤처 붐 시절 어떻게 돈을 벌었고, 돈 많은 모 투자자와 함께 다니며 지방에 땅 투자를 한다는 사실까지 보도되는 바람에 곤혹을 치렀다. 


결국 그는 운 좋은 사업가 내지는 욕심이 많은 기업가로 묘사됐다. 알고 보니 그 인터뷰의 취지는 보통의 기업 소개가 아닌 벤처 붐 시대를 재조명하며 현실에 빗대 과거를 반추해 보는 기획이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 인터뷰 기사가 바로 그의 회사에 ‘알파 독 스토리’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제 독자나 소비자는 물론 투자자들까지도 간단히 모바일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이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알파 독 스토리에 말려들지 않을 해답은 없다. 다만 기자들이 과거 이슈에 대해 질문할 것을 미리 감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 수단을 적극 강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방어적으로 답변하기보다는 과거와 비교해 변화된 현재의 상황이나 기업의 긍정적인 면을 적극 어필하는 것이 좋다. 이때 너무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개인적인 정보나 주변 이야기까지 꺼낼 필요는 없다. 


그러한 소소한 이야기는 주된 이야기의 맛을 내기 위한 조미료라고 생각하고 약간만 곁들여야 한다. 특별한 의미가 없는 자랑하는 식의 과시성 인터뷰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 회사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알파 독 스토리를 짧게 정리해 보는 것도 좋고, 회사에 부정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목록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알파 독 스토리에 대비해야 한다. 나는 페이스북을 취재나 기사 작성을 위해 많이 참고하는 편인데, 어느 날 한 기사를 보게 됐다. 국내 최고 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그 기사의 주인공은 현재 공공기관에서 자문을 맡고 있으며, IT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강의를 활발히 해 오고 있었다. 


그런 그가 모 가게를 오픈하자 국내 한 매체가 그를 인터뷰한 기사였다. 그런데 이 기사가 페이스북으로 공유되었고 한 페이스북 친구가 그 인터뷰이와 연계된 과거 일을 거론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가 과거 대학 교수 시절 저질렀던 불미스러운 일들(당시는 이니셜로만 보도됨), 그리고 한때 그 교수가 자신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메시지를 보낸 일을 폭로하며 그런 그를 이렇게 미화해도 되느냐며 분개한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그 기사는 미디어에서 아예 삭제되었다. 알파 독 스토리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에 그 이후 그 교수에 대한 기사는 어떤 매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개인의 실수 혹은 부정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이슈 하나하나까지도 반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그만큼 알파 독 스토리에 주의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미국 언론인 샐리 스튜어트(Sally Stewart)가 주창한 개념으로, 처음 보도된 기사가 후속 기사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처음 언론과의 인터뷰나 보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기자들은 취재원을 섭외하거나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기존에 보도된 기사를 참고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파급 효과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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