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ock time vs mind time
어린시절 어른들의 우스갯소리로 들리던 “시간이 20대엔 시속 20㎞, 30대엔 30㎞, 60대엔 60㎞로 달린다”는 이야기가 이제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길게 느껴졌던 1년이 지금은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지 일상의 대화 주제가 되곤 합니다.
자네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Paul Alexandre René Janet 폴 자네는 그의 이름을 딴 법칙에서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연령에 상대적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각 해는 전체 수명의 더 작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어,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예를 들어, 5세 어린이에게는 한 해가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지만, 50세 성인에게는 훨씬 작은 비율을 차지한다는것이죠.
1996년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심리학과 Peter Mangan 피터 망간 교수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다고 느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망간 교수 연구팀은 19~24세 25명과 60~80세 15명을 대상으로 마음속으로 3분을 재보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19~24세의 젊은 실험참가자들이 인식한 3분은 평균 3분 3초로 비교적 3분이라는 시간을 정확하게 잰 셈입니다.
반면 60~80세 나이 든 실험참가자들이 인식한 3분은 평균 3분 40초로 자기 생각보다 시간이 22% 더 빨리 흘러간 것입니다.
성인이 되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어?”라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과학적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과학자들은 인체 노화와 시간 속도 인식의 관련성을 찾아냈는데 바로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물질 도파민으로 이는 행복이나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도파민의 분비량이 줄어들면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도파민은 분비량이 20대에 최고조에 달하고 이후 10년마다 5~10%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몸이 노화되면서 체내 호르몬이 줄어들어 시간의 흐름에 더욱 무뎌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호르몬만이 소위 시간 수축 현상에 작용을 하는것이 아니고 새로운 경험의 수와 내적 생물학적 시계 등 다른 요인도 시간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인생 전체에서 해당 연령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Proportional Theory 비율이론은 예를 들어 10살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10%지만, 50살 성인에겐 2%밖에 안 되기에 체감상 1년이 점점 작아지고, 따라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듯 느끼는 것입니다.
이 시간 비율 감각은 전두엽(prefrontal cortex)에서의 인지적 비교 판단 능력과 관련이 깊습니다.
다음으로 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경험이 많아 매일이 길고 풍부하게 느껴지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일상이 반복되고 새로운 자극이 줄어들며, 시간은 상대적으로 단조롭고 짧게 느껴지게 되는데 시간은 기억되는 사건의 수와 밀도로 체감된다는 Novelty and Memory Theory는 2005년 미국의 신경과학자 David Eagleman 데이비드 이글먼의 실험 결과로 새로운 사건이 많을수록 장기기억(hippocampus)에서 더 많은 기억 트레이스가 생성되며, 회상 시 시간이 길었다는 착각 발생한다는것입니다.
이외에도 나이 든 성인은 정보 처리 속도와 선택적 주의 집중 능력이 감소하고 순간순간의 ‘시간 감각’을 늦추고, 전체적 체감 시간을 빠르게 느끼게 만든다는 Attention & Processing Speed Theory 주의와 인지 속도 이론이나, 새로운 경험은 뇌에 강하게 기억되고 ‘시간의 길이’를 형성하는데 익숙하고 반복적인 일상은 기억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돌이켜 보면 시간이 한순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측좌피질(posterior insula)과 해마에서 뇌 활동 비교한 Encoding Hypothesis 기억 형성 방식의 변화도 시간 수축 현상에 작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뇌의 생리적 변화, 심리적 요인, 그리고 일상생활의 반복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늙었으면 빠르게 날아가는 시간의 화살을 잡을 수 없다는 무력함이 들 수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뇌의 원리를 이용해 시간을 더 길게 느끼도록 만드는 방법 역시 존재합니다.
단기적으로 카페인 등 커피 섭취부터 담배, 마약류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지만, 활성화되는 시간이 5분에서 1시간 정도로 길지 못합니다.
또한 뇌에서 자연적으로 도파민이 활성화되는 능력을 저하시켜서 해당 물질이 없으면 뇌의 도파민이 정상 수치보다도 더 낮게 분비되는 '금단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과 집중의 힘이 중요합니다.
몸이 늙어도 뇌가 젊다고 착각한다면, 몸도 힘없이 세월에 순응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 새로운 경험이 부담스럽다면, 인간관계도 도움을 줍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약 20%의 미군은 강성 마약인 헤로인을 복용했지만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군인들이 마약중독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대부분 헤로인을 끊고 일상으로 복귀했는데 마약에 의지하지 않고도, 가족과 친구가 주는 관계의 행복이 도파민 분비를 도왔기 때문입니다.
미국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학 인류학과 Helen Fisher 헬렌 피셔교수는 수십 쌍의 연인에게 상대방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뇌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서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도파민 뿐 아니라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내가 지난 한 해 동안 한 일을 직접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지난 한 해 동안 한 일을 하나하나 적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한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지나간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즐거운 삶을 살아내는 에너지가 생겨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