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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다 Sep 24. 2015

마리오의 첫 모험

마리오의 후일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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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는 말 그대로 먼지를 날려야 했다.

마리오의 첫 모험은 점프맨이 구할 수 없게 된 피치 공주를 구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버섯왕국은 철저하게 주인공이 이길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한 예로 활약의 초장을 살펴보자. *


마리오는 정면을 보았다.

사실 그 외에 볼 곳이 없었다. 뒤집힌 팽이 같은 것이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걸어왔다. 그것에 부딪힌 마리오는  꽥하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누군가 외쳤다.


“야! 그건 피해야지.” 


다시 시작되었다. 험상궂은 그것이 슬금슬금 다가오며 마리오에게 말했다. 


기억해라. 내 이름은 쿠리보다. 나는 가장 약하지만, 널 가장 많이 죽일 몸이다. 


마리오는 두 눈을 꾹 감고 펄쩍 뛰어넘었다.

세상에나! 아무리 관대하게 봐도 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프를 해냈다.

마리오는 자신의 다리를, 뛰어오르는 순간 흩날리는 수염과 벗겨질 것 같은 모자를 믿을 수 없었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놀라운 점프였다. 

마리오는 종종걸음을 쳐서 다시 한 번 도약했다. 아이쿠! 이번엔 머리를 무언가에 부딪히고 말았다. 올려다보니 허공에는 물음표가 그려진 박스가 떠 있었는데, 그 안에서 갑자기 버섯이 자라더니 굴러 떨어졌다.

마리오는 흠칫 놀랐다. 조금 전에 점프해서 피한 쿠리보와 비슷한 부류가 아닐까? 버섯은 슬슬 기어 마리오로부터 도망쳤다. 마리오는 그것을 주시하며 앞으로 걸어갔다(사실 달리 갈 곳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 뒤로 토관(일전에 발견했던 그 녹색 토관과 같은 모양이었다)이 있었고, 버섯은 토관에 부딪혀 마리오를 향해 되돌아왔다. 마리오는 미처 그것을 피하지 못했다.


버섯과 하나가 된 마리오는 갑자기 두배로 거대해졌다. 스태프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고 들렸다. (아니, 저건 뭐야? 몰라요, 버그인가봐. 버그든 뭐든 좋다! 그런 기세로 나가는 거다!)


어쩐지 신이 난 마리오가 외쳤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전 대체 어디로 가는 거죠? 


“가 보면 알아!” 


그때까지 마리오는 모험의 목적이 피치 공주를 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리오는 모험에 끝에 거대괴수 쿠파의 성에 다다랐다.

마리오는 위대한 선택을 했다. 쿠파가 마리오의 활약을 따라 하려고 높이 뛰어오를 때 마리오는 유유히 그 아래를 지나쳐 도끼를 집어 든 것이다.

훗날 이 장면을 통해 마리오의 모험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할 줄 아는 것이 점프뿐이냐고 비아냥거렸던 치들도 그 장면 앞에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쿠파는 안 돼! 하고 소리쳤지만 마리오는 씩 웃으며 거대괴수가 서 있는 다리를 끊어버렸다.

마침내 쿠파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용암 밑으로 가라앉았을 때 전 세계는 환호했다.

산과 지하소굴과 하늘, 물을 가리지 않던 그 모험에 모든 사람이 주목했다. 마리오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마리오는 쿠파의 방으로 들어섰다.

일전에 이미 일곱 개나 되는 쿠파의 성을 정복하면서 버섯 왕국의 하인인 키노피오들로부터 지겹도록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쿠파가 공주를 납치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피치 공주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과 기대는 점점 커졌다.


돌이켜보면 지난한 모험의 끝에 항상 구했던 것은 키노피오였다.

키노피오들은 항상 공주는 다른 성에 있다는  쓸모없는 말만  남길뿐이었다.

점점 짜증이 났다. 이번만큼은 아무 힘도 없는 키노피오가 아니라 공주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맘마미아! 이번에야말로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마리오의 심장은 북처럼 쿵쾅거렸다. 


아, 아니 당신은……. 


갇혀있던 것은 다름 아닌, 마리오가 한눈에 반했던 금발의 백인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가 자신을 구하러 온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더니 표정을 바꾸었다.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이처럼 피치 공주는 처음엔 마리오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Princess is in another castle!”


키노피오들이 심심하면 외치던 그 말이었다. 사실 우리의 공주는 다른 성에 있어요! 

그날 밤, 러브호텔에서 부장은 공주에게 물었다. 


“아니, 제기랄. 뭐가 문젠데?” 


피치 공주는 말보로 레드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너희 일본인 나빠. 매너 없어. 난 점프맨이 필요해!” 


부장은 이번 기회에 피치 공주와 자려던 목적을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대신 두둑한 돈을 안겨주고 그녀의 대사 뒤에 "……Just kidding!" 을 덧붙이게끔 설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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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per Mario Bros.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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