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현모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Oct 09. 2020

가장 유쾌한 치즈 이야기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뿐인데 


#치즈맛이나니까치즈맛이난다고했을뿐인데 #읽는일기


내 인생 3대 작가. 권성민PD님, 김보통작가님 그리고 이분. 


김민철님은 위 세 분 중 가장 유쾌한 글을 쓰신다. 이 책도 그렇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치즈' 하나로 이런 에세이를 쓸 수 있다니. 치즈를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로 자신이 얼마나 채워지고,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 말해주는 이런 에세이가 있다니.


난 '좋은 취향'이라는 단어를 혐오한다. 사실, 취향이라는 단어조차도 싫어한다. 취향이라는 단어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개인이 어떻게 시간을 쓰고 무슨 물건을 쓸지에 불과하다. 즉, 자원에 기반해서 내린 선택에 불과하고 결국 지갑이 내려주는 건데 여기에 감성적인 단어를 붙이고 마케팅하는 게 좀 꼴보기 싫었다. 그냥 내 성격이 이상한 거고..


여튼, '좋은 취향'이라는 단어가 싫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러 사회적 자본이 만들어낸 선택에 불과한 소비 기호에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게 말이 되나. 좋은 입맛과 나쁜 입맛이 있나? 좋은 구매와 나쁜 구매가 있나? 


이렇게 삐딱한 나도 끄덕이면서, 새겨둘 만한 문장이 많아서 좋았다. 하나를 깊게 좋아하면 일상이자 역사가 될 수 있구나를 깨달았다. 무엇보다 순간에 감탄하고 지금을 음미하고 끊임없이 향유하자라는 좀 같잖은 다짐도 하게 됐다. 


'치즈'라는 어찌 보면 소탈하고 어찌 보면 화려한 소재 뒤에 숨겨진 수더분한 삶의 결을 만날 수 있는 에세이. 


글빨 참 좋으시다. 


#북스타그램 #독후감 #책스타그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