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는 악마의 유혹을 받았고...

그녀는 신의 가호를 빌었다.

일상을 살다보면, '내가 고작 이런 사람인 걸까?'라는 생각이 들때가 생긴다.


아이들을 혼내면서도 '정말 혼나야 할 일인가? 엄마의 감정이 문제인걸까?'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거나 내 스스로 느낄 때면 참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나 할까?


그 중에서도 난 아마 오늘 내 귓가에 들리던 그 유혹의 소리를 절대 잊을 수 없을 듯 하고, 고작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숫자에도 유혹의 소리를 듣고만 나도 고작 이런 사람이었다 싶은 마음에 왠지 서글퍼진다.


생수를 사기위해, 코스코를 갔다.

이틀 전, 장을 보러 왔는데, 꼭 사야하는 물이 다 떨어져서 살 수 없었다. 그 덕에, 이틀만에 다시 찾은 코스코.


장 본지, 딱 2일 지났는데, 물 외에 다른 물건들을 담고 보니, 계산대에 $130.25이란 금액이 뜬다.


주섬 주섬 지갑에 있는 지폐와 동전을 탈탈 털어 모으니 $100불이 만들어졌다. 한 손 가득 담긴 현금을 캐쉬어한테 전해주며,

"This is $100. I will pay the rest of amount by debit"


그리곤 한 손에 고이 은행카드를 들고 서서 기다리는데, 이분이 25센트가 있냐고 되묻는다.


뭔 소리인가 싶어서 봤더니, 딴 생각을 했는지 이미 계산이 끝나 영수증이 프린트가 되어있고, 나는 돈을 현금으로 다 지불했다고 영수증에 찍혀있다.


순간 1-2초... 내 머릿속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 속에서 들리는 '악마의 속삭임'.. '그냥 25센트 주고 가면 돼'

그래.. 그건 정말 또렷하게 들리던 악마의 유혹이었다.


머리를 털어내고, 캐쉬어에게 말을 했다.

"나 아직 돈 다 안 냈어. 난 현금으로 너에게 100불만 줬어".

....... 캐쉬어가 준 1,2초의 정적을 느끼며, 이 사람이 얼마나 당황했을지가 느껴진다.


순간 다시 확인하고자 하는데, 내가 준 동전들만 빼고 종이 현금을 이미 계산대 속에 다 집어 넣은 캐쉬어는 오히려 나에게 얼마를 몇 개 줬는지 되묻는다.


"50불 한개, 20불 1개, 10불 2개 그리고 동전들이야"

라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니, 좀 떨어진 매니저를 부르고 상황을 설명한다.


한참을 둘이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저기~~ 저기 그래.. 저기 서 있는 다른 매니저가 또 온다.


그렇게 3명이 한 계산대에 붙어서 자판을 두들기고 씨름을 하더니, 결국에는 계산된 모든 물건들을 취소 시키고 다시 스캔을 하고 나에게 다시 남은 금액을 계산하라며 카드 기계를 가르켰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기까지 약 15분의 시간이 흐른듯 하다. 돈 돌려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 더 내려고 15분 가만히 서 있다보니 다리도 아프다.


내 뒤에 줄 서있는 사람들도 기다림에 지쳐 몸을 비비 꼬는 찰나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마침내 내 손에 쥐어진 코스코 영수증이 어찌나 반가운지..


카트를 잡고 옆에서 날 기다리던 신랑을 향해 몸을 돌리려던 찰나, 실수를 한 캐쉬어가 나를 붙잡고 말한다.


"God bless you, thank you, thank you"


그녀의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난다.

악마의 속삭임을 물리친 뒤에 난 진심으로 나를 축복하는 그녀의 목소리로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생하게 들리던 악마의 유혹을 다시 되새겨 본다. 고작 30불에 난 유혹에 잠시 고민을 했던 나의 모습이 참 무섭다. 고작 30불이었는데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욕을 삼키는 엄마가 되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