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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소재
글, 그림 / 삼
10월이면 내가 곧잘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였는데
이맘때 즈음이면
라디오에서 하루종일 나오는,
♬. 잊혀진 계절
이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때는 2, 3년 전인가.
내가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무렵의 일이다.
새로 오신 과장님의 제안으로
전직원은 일찌감치 업무를 마치고
근처의 작은 산으로 등산 가기로 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의 출근 복장도 등산스타일이었다.
일정은
3:30 업무종료
4:00 출발
4:30 ~ 6:00 등산
이라는
아주 짧고도 간단한 산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1자동차 4인으로 조를 나누어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우리가 가는 산은 옆으로 길게 드러누운 산이었는데,
옆모습이 마치 작은 애벌레를 닮아서
'송충이산'이라고 불리는 작은 산이었다.
가는 동안 우리는 '둘레길'을 걷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정도 쯤이야 금방 돌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으로 향했다.
약속한대로
산 입구 앞에서 모인 직원들은
과장님의 연설을 한차례 듣고 산을 오르게 되었다.
산이 옆으로 드러누워있어서
둘레길도 당연히 옆으로 길게 나있겠지,
싶은 생각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모두들 어리둥절하면서도
과장님을 따라, 부장님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경사가 완만한 흙길을 걷게 되어서
둘레길이구나 싶었는데
자갈길이 나오고
바위들이 나오고
수풀이 우거진 길이 나오고
경사진 오솔길이 나오고
본의 아니게
중간부터는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선발대와
한걸음 오르는 것도 벅차는 후발대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전혀 둘레길 같지 않은 길을 걸으며
엉엉,
속으로 울면서
산을 올랐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고
과장님과 부장님의 하하호호 웃음소리에
우리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 웃음을 보여야했다.
그리고 또 산을 올랐다.
어느정도 올랐을까.
목표로 했던 산의 중턱에 이를 즈음에,
앞서가던 과장님이 뒤를 돌아보았다.
과장님, 부장님과는 달리
힘든 기색이 역력하고,
뒤쳐지는 우리를 보던 과장님은
라고 말하시며
정상까지 우리를 인도하셨다.
정상에서 단체사진 몇 번 찍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며 산을 내려갔다.
내려와서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너무 힘들어서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보고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젓가락을 들 힘도 없는 것 같았다.
과장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노래가 있죠.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그러면서
10월의 마지막날을
새로 시작하게 될 부서 직원들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라며 축배를 권하였다.
마지못해서 들었던 축배.
그리고 내 한 손에는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가방을 꼬옥 쥐고 있었다.
그로부터 2, 3년이 지난,
며칠 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을 만났다.
나는 지금 그 회사를 관두었지만,
그 사람은 아직도 그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요새 잘 지내냐는 말을 나누다가
다음주에 굉장히 바쁘다며
산을 오른다고 했다.
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그 때도 이맘 때였지,
싶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을 푹푹 쉬다가 돌아간 회사 사람과는 달리
어쩐지 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라고 시작되는 그 노래를.
쑥뽕삼의 <같은 시선, 다른 생각>은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 모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