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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번째 소재
달리는 기차
안에서
글, 사진, 그림 삼
기차를 탈 일이 없던 내가
처음으로 기차를 탔던 때는
대학교 수시 시험을 보러 갔던 날이었다.
학교가 은근 거리가 있는 곳이었어서
기차를 타고 다녔었다.
학교 다니면서
추억과 함께 했던 기차.
수시 시험 보러 가면서
두 손 모아 기도하면서 마음을 졸였던
1호차.
1교시 수업 때문에 새벽녘에야 올라탔던,
성에가 낀 창문을 바라보다 잠들었던
2호차.
아버지의 입원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서울로 올라갔던
3호차.
제 값 주고 산 자리에 앉아있던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때문에
자리 양보해드리고 앉아있었던
식당칸.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가면서
잠든 동기 옆에 앉아서
이런 날이 또 언제 올까 생각했던
5호차.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서
지방에 내려간다는,
어떤 할머니의 들뜬 목소리가 가득했던
6호차.
시집을 읽고 있던 내게
시집을 보여달라시던 할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조지훈의 '파초'를 암송해주셨던
7호차.
그렇게 내 추억을 담아,
나의 청춘과 함께 달렸던 기차처럼
지난 두세 달 동안
사진도 찍어보고
그림도 그려가며
또다른 추억과 함께 달린 나날들.
비록
삼의 브런치 연재는 여기서 끝나지만,
나는 내 꿈을 향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기차처럼 달려갈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나의 추억과 함께 나의 기차에 승선해주었던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기차에서 만나는 인연처럼
어디선가 볼 수 있기를.
쑥뽕삼의 <같은 시선, 다른 생각>은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 모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