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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여행 Oct 03. 2020

에필로그

눈을 떠보니 유명해졌다는 어느 스타의 말처럼 하룻밤 신나게 잔것 같은데 벌써 내 나이 마흔이 훌쩍 넘었다. 그것도 4보다 5라는 숫자가 더 가까워지는 40대 중반이라니. 


90년대만 해도 신세대, X세대라고 어딜가나 주목을 받았던 70년대 생들은 

어느 새 불혹의 터널을 지나 '라떼+꼰대' 반열에 오르고 말았다. (아! 난 절대 꼰대가 아닌데 이 억울함이란)

 

나이들어서 왠만한 일에는 무덤덤해졌어도 정작 '나이'만큼은 여전히 예민하다. 도대체 이 두자리 숫자가 뭐라고 몸무게보다 더 나를 압박하는지. 내 나이가 어때서.

하지만 이런 외침과 달리 현실에서 나이는 곧 나를 평가하는 아주 적절한 수식어로 작용한다.  

'나이가 많네요' 또는 '적은 나이가 아닌데요', '나이보다 동안이시네요' 등

나의 경우는 하나가 더 추가된다. '아직 미혼이시구나?' 여기서 중요한건 문장 끝의 물음표다. 절대 마침표로 끝나는 반응은 없었다. 결혼을 진작 했을 나이인데 이 당연한 걸 안했다고?



요즘은 100세 시대다. 축구로 치면 40대는 아직 전반전도 안 끝난 시간이다. 후반전에 연장전까지 한다면 아직 한창 체력이 넘치는 때다. 때마침 UN도 청년이라 부를 수 있는 나이를 18세부터 65세까지로 정했다. 65세 청년이 들으면 엄청나게 기분좋을 것이다. 혹시 '플라시보' 효과처럼 갑자기 힘이 불끈불끈 생겨나 회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40대 비혼여성들은 안다. 우리는 청년으로 부르기 애매한 범주에 있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매일 나이의 중압감을 느끼며 사는 건 아니다. 오히려 40대 중반이 되니 나이를 가끔 잊기도 한다.(나이 세는게 귀찮아진 걸지도)

그래도 가끔 나이 때문에 놀림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제는 참지 않고 강력한 펀치 한방쯤은 날릴 멧집도 생겼다. 멧집이 생긴건 나이들어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다. 

그래서 40대 비혼의 삶은 달콤하면서도 통쾌하다. 때론 지독하게 쌉싸름하지만.   


달콤쌀싸름한 나의 40대 비혼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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