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첫날에는 단 하나의 일정만 있었다. 바로 해녀의 부엌. 테이블에 내 이름이 적힌 '환영합니다' 웰컴 메시지가 있어서 기뻤다. '이 작은게 뭐라고ㅡ' 싶지만 작은데서 더 감명받게되는 요즘이다.
이 날 공연은 89세 종달리 최고령 해녀 권영희 할머니의 이야기. 할머니는 '요즘것들은 물질 참 쉽게헌다' 하시면서 '라떼는말이야' 토크를 해주셨는데 너무 재밌게 들었다. 그 '요즘 것들이 70대 해녀분들'이라서 또 놀랐고.
종달리에 가장 젊은 해녀가 70대이기 때문에, 언젠가 해녀가 사라지고 무형 문화재처럼 남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공연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주인공 해녀가 정기적으로 바뀌는 공연의 특성상 영상 촬영은 안되지만 사진 촬영은 가능하다. 공연의 흐름을 방해하지않는 선에서 조심스레 남겼다.
1부 공연이 끝난 뒤에는 2부에 식사를 한다. 예약할 때 주문한 메뉴가 메인(나는 뿔소라 미역국을 동행은 전복 물회)이고, 추가로 2인이 공유할 수 있는 메뉴가 하나 나온다. 이 날은 갈치조림이 나왔다.
다른 반찬들은 뷔페에서 원하는만큼 떠서 먹는 건데, 처음엔 뷔페라는 말에 조금 실망했는데 반찬을 가지러가서 메뉴를 하나하나 다시 보니 톳밥도 있고, 톳 계란말이 등 종달리 해녀 분들이 직접 만든 음식이라는 걸 알게됐다. 해녀의 손을 거친 제주의 땅과 바다에서 난 음식들을 먹는 이 자리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시간.
해녀의 삶을, 한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이 공연이 정말 인상 깊었고, 마지막까지도 즐거웠지만, 왠지 뭉클한 감정이 아지랑이처럼 올라왔던, 입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해녀 권영희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개인 개인에게 있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생각 했고, 나도 그런 오리지널리티가 뚝뚝 묻어나는 인터뷰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