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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Aug 20. 2020

재택하면서 하루에 집안일 하나씩

냉장고 정리해보니 음쓰가 5.8kg 

재택을 하고있노라면, 왔다갔다 하면서 집안일이 눈에 밟힐 때가 많다. 물론, 집안일을 신경쓰지 않으려고, 세탁기와 싱크대, 냉장고와 거리를 둔 공간에서 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일 때라든지, 잠깐 화장실에 가는 길 등등 마주치게 되는 어수선한 책상이라든지, 


한꺼번에 이것저것 하다보면, 정신이 없어서 하루에 한놈만 패기로 결정했다. 오늘의 타겟은 바로 냉장고. 냉동고와 냉장실을 한꺼번에 청소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냉동고 맨 아랫칸부터 먼저 열어본다. 여름의 냉동고는 냉장고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파트이지 않을까. 


음식물 쓰레기를 냄새없이 보관하기 위한 '음쓰 저장소'로도 요긴하게 쓰이니 말이다. 맨 아랫칸에는 그동안 버리지 못했던 음쓰 비닐봉투가 3-4덩이씩 있었다. 검정색 편의점 봉투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했다. 얼렸던 것들을 모으다보니, 원최 무슨 음식인지 모르겠을 정도였다. 앞으로 먹을만큼만, 낭비없이 준비하는 것도 나에게 하나의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냉동고 다른 칸들을 열어봤다. 얼린 새우가 사이즈별로 있었다. 칵테일 새우부터 타이거새우까지. 당분간 재택이 확정되어있어서 이 재료들을 어떻게 쓸지 한번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를 싹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가 있는지를 잘 확인하기 위한 정리의 시간. 이제 냉장실에 버릴 것들을 체크해보기로 했다. 


이사했을 당시에 선물 받았던, 하지만 잘 손이 가지 않는 과자들도 이번 기회에 정리했다. 그리고 패기롭게 샀던 연어알 60g도 결국 다 먹지 못했다. 어떨 때는 식자재를 구입할 때에 나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번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더 공고히 하게 됐다. 특히나 요즘같은 여름에는 음식물이 빨리 부패한다. 냉장고는 마법의 보물상자가 아니다.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이것저것 구입하기 보다는 정말로 필요한 것을, 따 먹을만큼만 구매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도. 여튼 여러모로 다짐하게 되는 냉장고 정리의 시간이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갑작스레 다시 재택을 하게 되었고 마음이 정말 어지럽고 심란했다. 모두가 어렵지만, 책임감있게 해왔던 그간의 노력들,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공부하는 학생들... 여럿의 얼굴이 떠올랐고, 화가 났다가, 다시 가라앉았다가를 반복했다.


복잡한 마음만큼이나 복잡한 냉장고를 정리하고나니 조금 후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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