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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Nov 13. 2020

틈새 여행으로 지금을 잡아

어느덧 11월이라니까 덜컥 걱정이 됐다. 모두에게 미개봉상품으로 길이 남을 2020년. 여행으로 해소해왔던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져버렸다. 물론, 국내로 방향을 틀기는 했지만, 국내 여행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단풍이 노르스름해지기 시작해서 붉은 노을의 색을 띄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보면서 '가을이구나'를 느끼며 출근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올해도 이렇게 어영부영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린 건가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 여기저기 온라인 모임을 신청해서 참여하고 있다.


'리추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된 프로그램들. 음,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너무 딱딱한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한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일정 시간에 카톡방에 모여서 함께 자신의 하루의 조각들을 나누는게 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우리는 서로 잘 모르지만, 하나의 목적으로 만났다보니 응원도 되어줄 수 있는 것 같았다. <라이프컬러링>을 하면서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체크해보니, 요즘에는 집에 와서도 회사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을 때가 많았다. 일이 줄어들지 않고 뭔가 계속해서 증식하는 느낌이랄까. 팀원들 모두 바빠서 일을 나누거나 하는건 언감생심이다. 다들 각자, 그 이상의 것들을 해내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 하루 24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다보니, '올해도 이렇게 다 가버리고 마는건가'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다녀오게 된 출장.


출장으로 기차를 타게 되는데, 커다란 창 너머로 짙게 물든 단풍들을 보는 게, '틈새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틈틈이 지금을 누려야 한다는걸 잊고 살았구나 싶었나. 지금의 이 계절을, 출근길에 하늘도 좀 보고, 다른 골목으로도 들어가보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을 보는 일들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딘가로 막상 멀리 떠나지 못한다고 자책하기보다, 하루 출근길에 만나는 단풍들을 짬짬이 보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모두, 지금 이 계절을 잘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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