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품
체르노빌의 목소리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출판 새잎 | 발매 2011.06.07.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1986년 4월 26일)를 겪은 벨라루스 사람들 100여 명의 일상적인 감정, 생각, 발언을 담은 10여 년의 기록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주민, 이주민, 발전소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과학자, 의료인, 군인들의 평범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았다. 저자는 체르노빌의 증인이다.
벨라루스는 인구 1천만 명의 작은 농업국가였다. 재앙은 벨라루스 국경에 인접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제4호 원자로가 몇 차례 폭발 후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소련 정부는 80만 명에 달하는 현역 군인과 긴급 소집한 해체작업자를 사고 현장으로 파견하였다. 벨라루스에도 11만 5천 명이 해체작업자로 근무했다. 그 해체작업자 중 1990년에서 2003년 사이 8천 533명이 사망했다. 하루에 2명이 사망한 것이다.
사고 결과, 5천만 퀴리의 방사성 핵종이 방출되었고, 그중 70퍼센트가 벨라루스에 도달했다.
1986년 4월 29일에는 폴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30일에는 스위스, 이탈리아 북부. 5월 1일과 2일에는 프랑스, 벨기에, 네델란드, 영국 등. 5월 3일에는 이스라엘, 쿠웨이트, 터키에서 고준위의 자연 방사선이 측정되었다.
기체의 휘발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높이 올라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5월 2일에는 일본. 4일에는 중국. 5일에는 인도. 5일과 6일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측정되었다.
체르노빌이 세계적 문제가 되는 데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벨라루스는 계속되는 저준위 방사선의 영향으로 암, 지적장애, 신경정신 질환과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생률이 아직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오염지역 거주민 210만 명 중 어린이가 70만 명이다. 벨라루스 주민의 주요 사망원인은 방사선 피폭이다. 벨라루스 사람들은 살아있는 '블랙박스'처럼 미래를 보여준다. 세계인들은 거기서 배움을 얻고 있다.
하지만 2011년 3월에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났다. 체르노빌 사건 당시 방사능 낙진으로 유럽의 식품도 안전하지 않다며 수입규제를 벌였던 일본이다.
후쿠시마 원전 출력은 체르노빌의 10배다. 게다가 체르노빌은 한 대였지만 후쿠시마는 세 대나 터졌다. 그럼에도 일본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심지어 후쿠시마산 농산물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고, 민간 방사능검사기로 검사결과를 유포하면 징역 10년을 살게 한다고 했다. 아베는 후쿠시마산 문어도 시식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200km 반경인 도쿄 등 지방에서는 환자가 급증했다. 6개월 후부터 18세 이하 아동의 갑상선암 발병률도 통상적인 발병률에 비해 100배 이상 높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신고리 3, 4호기가 운영을 시작하고,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되면 고리 원전 단지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우주적 재앙이 될 수 있는 원전 신설과 수명 연장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다.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혹시나.. 해서 캡처했다.
만약 사고가 나면 요오드화칼륨을 먹어야 한다.
어린이는 두세 방울씩, 어른은 서너 방울씩.
원자로가 탄 동안만큼 복용한다.
체르노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선 지식이다. 우리 땅에 흩어진 방사성 핵종은 20만 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첫날밤 원전의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들과 해체작업자들의 태도는 자살을 상기시킨다는 말을 들었다. 집단 자살이라고 했다. 해체작업자들은 대부분 방호복도 안 입고 일했고, 무조건 순종하며 로봇까지도 죽은 곳으로 향했고, 죽기 전에 정부가 주는 상장과 메달을 받고 좋아하기까지 했다.
"내 소원이 뭔지 물어봐줘." "뭔데?" "평범한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