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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Jul 03. 2021

chapter 4. Vamos! 바르셀로나

뜨거운 햇살을 즐길 수 있는 바르셀로나

낭만으로 쓴 시간들

(2019년에 다녀온 유럽 여행 에세이입니다)



chapter 4. Vamos! 바르셀로나



스페인에 가기 전, 설레는 마음 때문일까? 스페인어를 어플로 재미 삼아 공부했다. 그중 Vamos!라는 말에 꽂혔는데 ‘가자’라는 동사로도 쓰이고, 응원할 때 Vamos Barcelona 하면 바르셀로나 아자아자! 이렇게 힘을 주는 응원이 된다고 한다. 진짜 쓰는 말일까 궁금했었는데 어딜 가나, Vamos라는 말이 들려 반가웠다. 친구들을 부를 때도 Vamos! 퇴장 시간을 알릴 때도 Vamos!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가자’라고 외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해외여행할 때 사람들이 각 나라의 언어를 배워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싶으면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어 졌던 것 같다.
- 2019년 2월



바르셀로나 공항에 내려 택시를 불렀다. 택시 아저씨는 조용히 운전을 하시다가 내릴 때쯤 갑자기 우리에게 말을 거셨다.


‘여기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가방을 잘 간수하도록 해’


이 말을 듣자마자 그냥 예쁜 풍경으로 보였던 바르셀로나가 무섭게 느껴졌다. 하필 도착했을 때 깜깜한 밤이어서 더 무섭게 느껴진 것 같다. 바르셀로나의 주황색 불빛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괜히 경계하게 됐다.


잔뜩 경계하는 나와 달리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굉장히 들떠있는 듯했다. 다들 티브이 화면 속 경기를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승패에 따라 환호를 지르기도,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참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인 듯 보였다.


택시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공포(?)에 질리지 않았다면 좀 더 마음을 열고 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첫날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의 무서운 밤은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바르셀로나의 아침은 어제와 정말 달랐다. 화창한 날씨에 눈이 부실 듯한 뜨거운 햇빛이 우리를 맞았다. 택시 아저씨의 말을 듣고 가방 끈에 클립을 달아 옷에 걸고 나올 정도로 굉장히 경계하면서 숙소 밖으로 나왔는데, 그 경계가 허물어질 정도로 정말 예쁜 장소가 펼쳐졌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고, 바르셀로나를 얼른 구경하고 싶어 졌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바르셀로나 개선문이었다. 1888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래서일까? 관광객도 많고, 현지인들도 개선문 근처 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가족끼리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뜨거운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 이들의 여유에 나까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건 ‘여유로움’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물론 유럽 사람들도 일을 하면서 살고, 바쁜 일상을 살 것이다. 이들이 나의 삶의 태도와 가장 달랐던 점은 ‘쉴 때 확실히 쉬고, 여유로울 수 있을 때 여유로움을 완전히 즐긴다’라는 것이었다. 어느 장소에서든 조급하게 움직이며 즐겨야 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진 사람이 없었고, 그저 천천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즐길 줄 알았다. 그래서 예쁜 풍경이 있는 벤치에 앉아 그저 책을 몇 시간이고 읽고 있었고, 모르는 사람들과 요가를 천천히 즐길 줄 알았다. 나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었고,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부터 실천해보자는 마음으로 남자 친구와 벤치에도 앉아보고, 마음껏 거리를 산책하고, 비눗방울 아저씨 근처에서 노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바라봤다. 이렇게 내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다 보니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내 머릿속에 행복한 기억이 하나 둘 쌓이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도 바르셀로나 개선문 거리를 걸었던 기억은 정말 생생하다.












두 번째로 발길을 향한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었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로마 가톨릭 성당으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곳은 입장료가 무료인데, 현재 공사 중이라 관광객 수 제한을 위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특히 내부 투어를 할 때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내부가 아름답다는 블로그 후기를 보고, 꼭 한번 구경하고 싶어서 방법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다행히 자세히 포스팅을 해준 분이 있어서 순서대로 따라 하니 예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






외부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봤을 때의 첫 느낌은 ‘이게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맞나?’하는 감탄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성당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너무 멋진 모습이었고, 세세하게 살펴보면 면 하나하나 건축에 신경 쓴 느낌이라 조각 예술품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 친구와 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한국어 음성 지원을 들으며 내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한국어 음성을 들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외국어만 가득한 곳에서 한국어라니 반갑기도 하면서,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내부는 외부보다 더 아름다웠다. 기둥은 마치 뼈대 모양으로 멋있게 서 있었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들이 내부를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남자 친구도 설명을 들으며 한참을 창문을 바라봤다. 그 모습이 좀 멋있게 보이기도 했다. 사람은 역시 조명빨(?)인가 보다 ㅋㅋ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구경하고 출출해진 우리는 바로 식당을 찾았다. 현지에서 유명한 식당에 들어가고 싶었던 우리는 길을 걷다가 해산물 가게를 하나 발견했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보니 꽤나 맛집인 듯 보였다.







이곳은 약간 우리나라 노량진 회 시장이랑 비슷하게 음식을 팔았다. 해산물을 고르고 메뉴를 말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요리를 해주는 방식이었다. 메뉴가 스페인어였지만, 우리는 그림을 보고 먹고 싶은 음식을 골랐다.


문어회와 가리비, 그리고 랍스터를 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사실 포르투갈에서는 ‘엄청 맛있다’하는 음식을 먹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한 입만 먹어도 ‘’ 여기 진짜 맛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음식을 먹었다.







특히 랍스터의 경우 지금까지도 맛이 생각날 정도인데… 진짜 한국에서는 이런 맛을 찾을 수가 없었다. 탱탱하고, 알맞게 조리된 랍스터를 먹으며 너무나 만족했었다. 정말 또 먹고 싶다…












네 번째로 간 곳은 바르셀로나 몬주의 언덕이었다. 포르투갈에서 뼈아프게 일몰에 실패한 나는 어떻게든 스페인에서는 일몰을 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일몰 맛집을 찾아 헤맸다.







이곳은 트립 어드바이저와 유럽 여행 참고 어플에서 찾은 장소였는데,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먼저 버스를 타고 몬주익 성에 도착해 내부를 구경했다. 이곳도 입장료를 받았다. 이곳도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인지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몬주익 성에 들어갈 수 있었고, 내부를 구경한 뒤 하이라이트인 몬주의 언덕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일몰을 보기 위해서 마지막 타임에 가서 해는 점점 지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전경에 한번 반하고, 해가 점점 지고 있는 모습에 설레 졌다. 남자 친구도 이곳이 멋있다고 생각했는지 많은 사진을 찍어줬다.







‘이제 노을을 즐기기만 하면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몬주의 언덕을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vamos’라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한 경비원이 서있었다. 몬주의 언덕 경비원은 사람들에게 이제 관람 시간이 끝났다며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하고 있었다. 관람 시간이 바뀌어서 인지, 일몰을 완전히 보지 못한 채 내려가야만 했다. ‘바모스’라고 외치는 경비원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며 내려갔던 아쉬운 기억이 담긴 곳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가우디 조명이 있는 레이알 광장이었다. 이곳은 거리의 낭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식당 내부보다는 밖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공원 근처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분수대 근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모여 광장을 더 멋지게 만들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마치고, 잠시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식당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열려 있는 식당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가 들어가게 된 패밀리 레스토랑 스타일의 식당!







멋있게 차려입은 웨이터 분들이 주문을 받아 주셨고, 우리는 심사숙고 끝에 요리를 골랐다. 결과는 실패였다. 그래도 배고팠던 우리는 꾸역꾸역 입에 음식을 넣었고, 점심에 먹으면 해산물 요리를 떠올리며 오늘 그 요리를 먹은 것에 만족하자고 했다.















이렇게 우리의 바르셀로나 여행은 끝이 났다. 택시 아저씨의 경고(?)로 공포에 떨면서 시작한 바르셀로나 여행. 잔뜩 날이 서서 시작한 여행은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고, 우리에게 행복한 기억을 안겨주었다. 물론 아저씨의 말을 듣고 열심히 가방을 챙기고 다녀서 분실을 안 한 거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마음을 놓고 여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모든 두려움을 덮을 만큼 바르셀로나는 너무 아름다웠고, 우리는 그 풍경에 취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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