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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바람 Sep 20. 2023

좋아하는 너에게

<글쓰기 강좌 두 번째 과제-사물에게 글쓰기>

  안녕? 엄마 뱃속에서 나와 처음 빛마주했그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린 함께하고 있어. 우린 무려 서른아홉 해를 함께한 거야.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린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구나? 난 새로운 너의 모습을 좋아했었지. 과거형으로 얘기하기엔 사실 지금도 널 좋아하긴 하지만 슬프게도 예전보단 아닌듯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위해 우리 집 방한칸을 온전히 내어준 건 내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야. 작년에 이사하며 너를 위한 공간 꾸미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던지. 네가 좀 더 편히 쉴  있도록, 그리고 내가 너를 더 자세히 보고 매일 함께하기 위해서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아직도 흐트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너를 볼 때마다 해결하지 못한 수학문제를 보는 것처럼 답답하기도 해. 물론 그게 내 탓이라 너에게 미안함이 커. 난 왜 그게 잘 안 되는 걸까. 그래서 내가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모습의 너를 만나지 않으려 노력했어.


   또, 내 인생이 답답해서 달라진 삶을 원했던 난 일상을 단순화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었어. 그래서 오랫동안 정든 너를 다른 곳으로 보내주기도 했지.


   얘기 들어봤니? 스티브잡스와 마크 저커버그가 매일 같은 모습의 너와 함께 한다는 얘기 말이야. 의사결정의 수를 줄여서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사용한대. 그런데 성공에 대한 나의 갈망이 아직은 부족한 가봐. 난 아직 그게 쉽게 안 되는 걸 보면 말이지. 내가 그들처럼 남자였다면 좀 쉬웠을까? 그래서 결론은  아직도 널 좋아해.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지. 오랜 시간 동안 새로운 너를 집에 들이는 기쁨으로 사랑에 대한 갈증과 허기를 채웠더라.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참 새로운 너를 많이도 만났어. 하지만 그 허기는 결국 사랑만이 채울 수 있는 거였지. 그걸 깨닫고는 그동안 함께했던 너와 헤어지지 않고 더 오래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어.  새 친구가 아니더라도 이제 내 마음은 충분히 행복하거든. 너를 더 소중히 아낄게. 내가 이 세상과 안녕하는 그날까지 우린 함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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