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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Jun 30. 2017

길 가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우리도 스쳐가야겠지요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당신을 다시 마주하게 된 건. 뜻밖의 공간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당신은 금세 저의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잠시 같은 꿈을 꾸었던 우리에게 할만한 이야기, 해야 할 이야기는  차고도 넘쳤습니다. 마키아벨리에서부터 강단조성까지 단어 하나만 던져도 탁탁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졌어요. 하루를 마무리할 늦저녁, 당신과의 통화는 식후 과일만큼이나 없으면 아쉬울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기하지요? 처음엔 이만치 친해질 거라 생각지 못했는데.



친구에서 연인이 되기엔 애매한 감정 사이로 당신과 길을 걷다 주운 낙엽 하나를 건넸습니다. 꽂아둘 곳이 없다며 당신이 난처해하길래 다시 내 손으로 데려와 꼭지를 잡고 낙엽을 빙그르르 돌려봅니다. 이뻤거든요 그날 내가 입은 색동옷 색만큼이나 무지갯빛 낙엽이었습니다. 그러다 저는 제가 아끼는 책 속에 그 낙엽을 끼워두었습니다. 왠지, 그 날의 감정과 그 순간 당신과 나에 대한 기억을 하나쯤 남기고 싶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저는 낙엽이 있나 살짝 뜬 마음으로 책을 들춰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그 이쁜 낙엽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떡볶이를 사고 나온 그 길 횡단보도쯤 어딘가에 떨어뜨린 걸까요?



아쉬우면서도 왠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뒤를 돌아 낙엽을 찾기엔 저의 감정도, 당신의 감정도 애매한 것만 같았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서로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일지 모른다며. 우리의 이런 감정도 잠시 책에 꽂고 잊어두는, 혹은 그러기 전에 길에 떨어뜨릴 낙엽처럼 쉬이 사라질까요.



낙엽을 꽂아둘 곳이 없다 난처해하는 당신의 표정 위로 우리의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전 다만 당신의 맘에 잠깐이나마 위로라도 되면 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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