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천에서의 단상
'신림동 고시촌'이 일반인들에게는 어떤 이미지로 다가갈까.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끌며 피곤한 채로 커피를 찾는 고시생들이 우글우글한 어두컴컴한 곳이려나. (사실 거의 그런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가끔 공부에 지쳐서, 혹은 내 경우처럼 허리나 다리가 아파서 독서실을 뛰쳐나올 때면 고시생들에게 위안이 되는 곳, 도림천이 있다.
평소에는 한시라도 바삐 움직이려는 나지만, 도림천에만 내려오면 숨을 느리게 쉬고, 온 몸의 긴장을 뺀 채 느긋해진다. 특히 요즘 같이 날이 선선해지면 여름 내 북적이던 도림천도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같이 스터디를 했던 한 동생은 도림천을 걸으면서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강아지 종류가 있다는 걸 알았단다. 그만큼이나 여름 밤에는 강아지 반상회가 열리는 줄 알았던 도림천. 어제는 두 세 마리 정도가 주인이랑 활기차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느리게 숨을 고르며 아픈 허리에 손을 올리고 걷는 동안, 도림천의 풍경 하나 하나를 생경한 눈빛으로 감상하다보면 머릿 속 생각들이 정리되고 오늘 하루의 계획도 마무리된다.
이곳 만큼은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없어 숨을 참고 급히 걸어갈 일도 없고, 아주머니들의 박력있는 걸음에 덩달아 나도 뭔가 열심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어제 내 하루가 져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