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처음 만들어 팔아보았다.
세계여행을 간답시고 휴학을 하고 분주할 때, (4년 전..?) 돈을 벌기 위해 했던 일 중 내가 주체적으로 했던 일은 ‘엽서 팔이’였다. 예전부터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때마침 돈을 아끼기 위해 내려간 고향에서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고 마침내 친구도 장사를 하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좌판대를 깔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물건을 판다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참가 신청서를 냈고 그렇게 처음으로 플리마켓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참여한 야시장은 시장을 꾸며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였고 시장의 경제도 살리면서 예술과 융합해서 다양한 물품(진짜 재밌는 게 많았다)과 전시회,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알찬 플리마켓이었다. 심지어 서울과는 다르게 참가비도 받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 우울할 때마다 펜으로 그림을 그리던 나는 제일 만들기 쉬운 엽서를 팔기로 결정했다.
엽서는 쉽게 프린트할 수 있었고, 비용도 크게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나와 많이 다른 스타일의 수채화풍의 엽서를 팔고 있었는데 꽤 많이 팔려서 ‘오 엽서를 사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나 보구나.’라고도 생각했다.
내가 팔았던 엽서는 위에 보여준 사진들 말고도 3~4종류가 더 추가되어서 총 20종류 정도가 되었다. 아무래도 입체감이 없는 엽서들이다 보니까 종류는 많아야 좋다는 친구의 조언이 한몫했다.
이렇게 두 세트의 인쇄들을 인쇄했는데 아쉽게도 제대로 된 두께로 인쇄된 A세트에 비해, B세트는 너무 얇게 인쇄가 되어서 슬펐다. 그래서 B그림들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가격을 좀 더 싸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플리마켓 테이블과 의자는 야시장 업체에서 제공해주었기에 나는 내 엽서와 어울리는 천 하나만 구매하면 되었다. 내 엽서들은 딱히 밝고 화사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네이비 천을 골랐다. 또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엽서가 엽서 졌으면 좋겠다..’라는 아련한 포스터를 붙여두었다.
시작이 어렵다고, 역시 처음에는 엄청 긴장이 되었다.
떨리고 사람들이 구경은 할까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그림을 하나하나 살피고 가고, 취향저격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굉장히 뿌듯한 경험이었다.
그냥 내가 재미로 그리고, 기분 따라 그렸던 그림들이 누군가에게 비슷한 기분으로 와 닿는 다면, 대다수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그렇게 긴장한 채 서서 장사하던 내가 적응이 되어 슬슬 앉아서 장사할 무렵, 나를 볼 겸 놀 겸 해서 가족들이 플리마켓에 놀러 왔다. 그리고 장사를 하는 나에게 “팔리긴 팔려?”라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쏠쏠해!”라고 대답했다.
외국인들이 내 엽서를 보고 혹시 여기 타투해주냐고 물었던 것과, 다른 외국인이 쭈뼛쭈뼛 와서 유창한 한국말로 얼마냐고 물었던 것이 기억에 난다.(가격만 묻고 갔는데 여행하고 와서 생각해보니 돈이 부족해 기념품을 못 샀던 것이 생각나서 한 다섯 장 정도 챙겨줄걸 그랬다.) 닭 그림들을 보며 복스럽다고 좋아하시던 어머니들과 아버지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엽서를 소중히 사가고 포장해가던 대학생들 모두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휴학기간 동안 잠깐 내려가 있던 고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내가 만든 것에 대한 반응도 보고, 세계여행 경비를 충당도 했으니 아주 보람찬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이 사소한 계기로 연락이 닿아 신사동 작은 갤러리에서 작은 전시를 하고 가기도 하였다.
엽서를 고향에서 한참 팔다가 후에 엽서가 많이 남아서 서울에서도 다른 것을 팔 겸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때는 잘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없는 플리마켓에다가 서울은 플리마켓 참가비를 받아서, 한 장에 1000원으로 파는 엽서를 팔고 자리값을 제외하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에 만약에 서울에서 플리마켓에 간다면, 참가비가 적은 혹은 마진이 많이 남는 물품을 팔아서 손익분기점을 정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게 재미로 시작했던 엽서 팔이를 기억하며, 또 이때부터 내가 만든 것을 파는 즐거움을 잔잔히 추억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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