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무심하다
매미가 운다. 진짜 여름이구나 싶은.
지난밤 쏟아지던 재난 문자와 고함과 비명이 그친 아침은 오히려 화창했다.
매미 소리가 아직 다 밝지 않은 아침 하늘에 가득해서 내가 깬 건가 아직 잠결인가 멍하니 누워 귀 기울였다.
식상하게도 거짓말처럼 비는 그쳤고 어젯밤 내린 비를 증언하는 건 사분의 삼쯤 담긴 물 통 속 빗물뿐이었다.
엉뚱하게 스스로도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고 "매미가 울더라고 전해주세요." 하는 말을 떠올렸다.
"이 말을 누구에게든 전해야지. 매미가 울더라고요. 매미가요."
사실 지난밤 비가 아닌 다른 이유로 마음 졸였다. 내일은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은 병원행으로 말이다. 건강체질이라고 웬만한 건 자연치유와 면역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현대 의학의 소견이 궁금한 증상으로 불안에 떨기를 한참이었다. 번거로움과 불안, 두려움과 궁금증 사이에서 오래 머뭇거렸는데 어제는 번거로움이나 낯섦보다 불안이 더 컸다. 이런 마음도 있었다.
'실제로 갔는데 별 거 아니라고 하면 우습지만 참 좋겠다. 아마 거의 그렇겠지만.'
밤을 지나 새벽까지 그동안 미뤄온 일 하나를 끝낸 건 불안 때문이었다. 염려증. 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수 있는 불행과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
우르렁 우는 천둥도 번쩍번쩍하는 번개도 쏟아지는 빗소리도 마음속의 불안한 고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침에 병원에 가니 불안이 무색할 만큼 아무렇지 않게 일주일 약을 처방해 준다.
마음의 불안이 이렇게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듯이.
습관처럼 뉴스를 찾아보는데 지난밤 비로 피해가 큰 지역과 사망자 발생 소식이 연이어진다. 불어나는 물 앞에서, 쏟아지는 빗속에서 얼마나 두려워하며 하늘을 향해 빌고 또 빌었을까. 지난밤 내 불안은 얼마나 하찮고 작은가. 하늘도 무심하게.
한낮의 하늘은 북쪽부터 더 밝아지더니 햇살을 쏟아낸다. 서쪽보다 동쪽이 더 맑고 남쪽보다 북쪽이 더 밝다. 아마 지금쯤 남쪽 바다 어디쯤에 비를 뿌리고 있겠지.
운다.
지난밤 목숨을 걸고 땅 속에서 나와 나무에 올라 허물을 벗은 매미가 운다.
살아남아서 소리를 낸다.
나는 여기 있다고, 어서 여기로 오라고 부른다.
아무 맥락 없이 떠오른 "매미가 울더라고 전해주세요." 하는 말은 누구를 향한 거였을까.
여름과 장마와 매미는 늘 함께 다닌다지만 거기에 슬픔이나 상실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늘이 무심하다는 건 잘 알지만, 하찮은 불안에 시달리던 지난밤의 내 모습이 미안하지만, 안녕하기를.
안녕히 지내다가 다음 해나 그다음 해에 문득 이렇게 인사 나눌 수 있기를.
"벌써 매미가 울더라고요."
여름입니다.
모두, 부디 안녕하세요.
어차피 다 못하고 갈 말이라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