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록을 긍정하는 글
일반인의 삶.
보통의 삶.
언제가 되었든 뉴스에서 누군가가 내 소식을 보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두드러지지 않는 일반인의 삶을 불평하면서도 보통의 삶을 사는 지금이 감사하기 때문이다. 최근 접하는 충격적인 뉴스란 일상이 얼마나 간단히 파괴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들 뿐이라서다.
불행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 비극이 늘 문 앞을 서성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 문이 우리 집 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 많은 갑작스러운 소식이 멀거나 가까운 데서 들려옴에도 지금도 우리 집에서 최대한 멀리에 비극이 찾아갔기를 바란다. 어리석은 건 이렇게 적고선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에겐 비극이 찾아가도 괜찮다는 말이냐며 책망하는 마음이 일어난다는 거다. 외면할 수 없는 부끄러움. 나만 아니면 괜찮은가로 돌아간다.
좋은 일이거나 나쁜 일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뉴스에 오르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야 사라지고 잊히는 게 아쉽고 두려워서 적어두는 기록이 들춰지지 않을 테니.
솜씨를 갈고닦아 날카롭게 벼리지 않아도 좋은 취미에 머물면 어떤가.
"그건 글씨를 쓰는 볼펜이지 그림을 그리라고 만든 게 아니오."하고 누가 와서 따진들 어떠한가.
"나는 보통 사람입니다. 예술하지 않아요."
마침 시간이 났는데 드로잉 펜이 없어서 스마트폰 스크롤이나 끌어올리고 있으면 시간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솜씨와 완성을 떠나 전용의 펜인가 아닌가를 떠나 종이가 빈 종이인가 이면지인가를 떠나 손으로 남긴 건 의미를 지닌다.
하고 싶지만 하지 않기로 한 말.
앞에 두고 할 수 없는 말.
잊었다가 다시 떠오른 말.
말이란 건 숨처럼 나오고 들어가는 거라 골라서 꺼내건 흘려보내고 잊어버리건 끊임없이 생겨난다.
그중 우연히 몇 낱말과 몇 단어가 어중간한 길이의 문장이나 문단을 만들고 남은 건 처음 왔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차피 다 못할 말.
어차피 다 못 쓸 글.
글이나 말에 의미가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의 의미는 다만 남긴다는 그 사실 자체에 있다.
무수한 생각과 말 중에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체에 걸려 몇 개의 단어와 마주하게 되고 그 마주한 단어 중 쓸 줄 아는 몇 개가 남은 게 이 기록이다.
수억 분의 일이라는 사람의 탄생과 다시 수십인지 수만인지 모를 생각 가운데 생겨난 문장들.
당신의 일상 기록은 얼마나 희귀하고 희박한 가능성을 이겨낸 것인지.
기록하는 당신
당신의 기록을 온 마음으로 긍정합니다.
일상에서 만나요.
오가며 마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