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령을 내렸다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령이 대한민국 전역에 선포됐다.
오늘따라 좀처럼 잠들지 못하던 아이가 간신히 잠에 들고 습관처럼 들여다본 뉴스 페이지에는 비현실적인 단어가 [속보]라는 글자 뒤에 적혀 있었다.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나보다 먼저 접한 사람들이나 나보다 늦게 접한 사람들이나 다들 어리둥절해 보였다.
선잠에서 깬 것처럼 몽롱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후속 기사와 속보들은 그 모든 게 현실임을 명백히 현재 진행 중인 상황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비상계엄령 선포는 현실이었고, 우리는 그 가운데 있었다.
비상계엄 다음 날,
그러니까 내일.
우리 일상은 어디쯤에 있게 될까.
정말로 잠에서 깨어 내 얘기를 전해 들은 아내는 자꾸 "꿈 아니냐"라고 묻는다.
나는 다만 현실이라고, 사실이라고 다시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면 우리나라는 계엄사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질 거고, 일반 회사는 업무가 중지될 것이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외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
등교하거나 외출한다면 사람들이 모여 집회로 이어질 수 있고, 계엄사는 그런 위험요소조차 통제하려 할지도 모른다.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정치활동 금지'라고 하지만 집회나 모임, 행사 등의 성격을 가늠하는 건 계엄사가 될 것이므로 무조건 모이지 않는 게 이로울 것이다.
'모든 언론과 출판 계엄사 통제'하에 놓이게 될 것이므로 최신 뉴스를 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해서 어느 시점에 계엄이 해제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이어진다면 이제부터 들이닥칠 겨울의 추위와 고통은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의 고난이 될지 모른다.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소위 반국가세력이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따라 백기를 든다면 사태는 빠르게 일단락될 수 있겠지만 그건 정말 좋은 결말, 긍정적 마지막인 걸까.
우리의 내일, 10여분 후에 시작될 새날은 내 생애에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과거 비슷한 경험을 한 어른들에게는 너무나 가슴 아픈 날이 될 거라는 것만 예감할 수 있을 뿐이다.
두렵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했지만, 지금 그 권력은 우리에게 없으니.
휴교, 업무중지, 외출금지 같은 불행한 내일을 상상하는 건 그만둬야겠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이기에.
다만 믿자.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과 안온한 나날이 금세 돌아올 거라고.
부디 돌아오기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