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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 정 Nov 18. 2015

그리고 내일,

내가 선택한 다른 세계로 내일, 한 발자국

 가을에게 '왔어?'라는 안부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불쑥 겨울이 먼저 온 것 같다. 은행잎이 가을비에 우수수 쏟아져 가지가 앙상해져 가는 걸 보면. 나는 이 가을을 그 어느 때보다 조금 여유 있게 보냈던 것 같았다. 쫓기는 출근 시간도 없었고 꽉꽉 막힌 지하철 속에서 졸지 않아도 되고, 업무를 정리하며 하루를 급하게 보내는 일상이 없어졌다. 대신, 책을 보았고 하고 싶은 게임도 하고 보고 싶은 친구들도 만났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헤어질 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내심 부러워졌다. 불안정하게 서 있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내일은 뭘 하지'라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을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쓰러지듯 잠을 자던 한 달, 그리고 두 달 즈음. 이제 나도 뭔가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촉박함이 몰려왔다. 하루 종일 구직사이트 위를 마우스처럼 동동 뛰어다니고 누군가가 볼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내 책상은 반대로 점점 깨끗해져 갔다. 한가득 공부를 하려고 맘 먹었던 책들만 자리를 찾지 못해 쌓여있었다. 


전부터 공부에 대한 압박은 있었지만, 있던 만큼 도피하고 싶던 마음도 컸다. 초등학생 때는 제법 하는 편에 속했고 중학교 때는 정도를 유지하고 고등학교 때는 아예 손을 놓아버렸다. 아니, 손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어정쩡한 마음으로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공부보다 더 잘하는 것을 찾아 보여주겠다고 마음 먹었다. 걱정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를 보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엄마에게라도.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밤을 새도 열심히 했고 야근이 많아도 더 열심히 했고. 하지만 몸이 따라와주지 못했다. 나에겐 일정 부분 한계점이 있었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했고,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그 벽과 마주하게 되었다. 누구는 그것을 나에게 '핑계'라는 단어로 얽매지만 분명, '보통'이라고 불리는 사람과 달리 벽이 꽤 높은 편이었다. 


아마 그 벽이 조금 낮아지기 위해선 적당한, 아니 이전과는 다른 부분의 공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알고 있지만 피하고 있던 그 곳. 나는 나를 위해서라도 '그 곳'을 향해 걸어가야 했다. 때론 지쳐 엎어질지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끝까지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유난스럽지도 않고, 조용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글은, 그 준비에 대한 조금의 응원과 다짐이랄까.


힘내자. 이제 앞만 보고 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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