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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 정 Feb 01. 2016

당신 없는 우리

Track 02. 부디 - 윤종신

고마워 애써 내게 감추려 했던 건 하지만 

그래서 난 준빌 못했지 

내 삶 속에 가장 귀한 나와 헤어진 뒤에 

쓰린 이 상처를 견딜 준비를


  사랑을 하면서 이별을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몹쓸 이별이라는 놈과 마주 앉아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을 보지 않아도 우리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버린 것을 가슴 시리게 느낄 때가 있다. 한 때, 나도 그 마주함을 피할 수 없었다. 

  몸이 떨어지는 1년이라는 길면 긴, 짧으면 짧던 시간이 마음을 1m, 10m…그 거리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멀어져가고 있었다. 마른 체형의 나는 점점 더 야위어갔고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웃음을 잃어가는 네가 되었다. 우리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참 미웠었다. 그런 작은 나를 안아주지 못하는 저 품이, 여리다 못해 아픈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던 당신의 입술이. 


"이제 그만하자."


  그 말을 이후로 침묵이 흘렀다. 당신의 눈은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눈물도 나지 않는 내가 매정하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끝내는 사람의 모습으로서 아주 완벽하기까지 했다. 마주 앉은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당당하게 걸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이라고, 다신 당신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다짐하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정말 오지 않는 걸까. 

  결국 가다 멈춰 돌아보고 말았다. 텅 빈 거리에 당신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우리는 헤어진 것이구나,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안녕'이라고 인사를 마쳤구나. 그때 쏟아졌다. 당신과 처음 만나던 어느 날이, 당신의 손을 처음 잡던 또 어느 날이…그리고 당신이 마지막으로 나를 보는 상냥한 눈빛이.


나는 괜찮아 그냥 견딜 수 있을 거야 너무 지쳐버린

네가 걱정될 뿐 이젠 더 이상  눈물짓지 마 

아직도 흘릴 눈물 남았니 뒤돌아 볼 것도 없어 

빨리 가렴 마지막 네 모습에 널 잡을지 몰라


  '부디 행복해'라는 말을 구겨 넣고 마음으로만 빌면서 돌아섰던 나는 그 말이 다 거짓임을 깨달았다. 부디 행복하지 않아서 오늘이 끝나기 전에 달려와주길 바랬다. 마음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아녔을까. 우리는 어쩌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서로 해주지 않고 피하고 있던 건 아닐까. 

  

  나는 뒤돌아서 다시 당신에게로 달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만큼 온힘을 다해 달렸다. 부디 행복하라는 말, 부디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 새겨듣지 않았길. 부디…라는 단어에 내 온 진심을 숨겨왔다고 말하러 갈 테니까 그 자리에서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디'라는 두 글자에 진심을 숨기지 말아요.

당신 없는 나는

내가 없는 당신은

의미 없는 하루를 맞이할 테니까.


윤종신, 4집 공존 - Track.02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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