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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Oct 06. 2023

"힘내"라는 말을 연구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위로


나는 응원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언젠가부터 힘내라는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힘내!”라고 했을 때 단 한 번도 힘이 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파이팅도 마찬가지. 나는 인간이 하는 응원이 힘내와 파이팅으로 국한된다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따듯하게 위로받고 싶은 욕심에 그만 심술이 난 것이다. 그래서 홀로 힘내라는 말을 연구하리라 마음먹었다. 깊이 생각하다 보면 분명 더 좋은 표현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다.




어설픈 공감이나 가식적인 리액션은 김을 더 빠지게 만들 뿐.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위로할 나에게 이 연구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 후로 좋은 생각이 날 때마다 메모장에 단어를 적었다. 근데 왜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드는지, 대체 어떤 말로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언젠가 당신이 나에게 위로를 바란 적이 있었다. 일이 너무 힘들고 이별까지 해서 삶에 낙이 없다고. 눈꼬리가 축 내려가 있던 당신은 아마 따듯한 말이 듣고 싶었을 것이다. 조용히 경청하다 한 번 울었냐고 물었다. 울지 않았다는 말에 “그럴 땐 울어도 돼요.”라고 말하니 눈 안에 물기가 그렁그렁 차기 시작했다.

우세요, 우세요. 우는 게 뭐 어때서요.

그렇게 그대를 달래주고 아껴두었던 말을 슬그머니 꺼내어본다.


“그래도 대견하네요. 여태 애쓰셨습니다.”


대견하고 애썼다라….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하게 됐을까?




사실 이 말은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은데 내가 듣고 싶은 말이 그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그것 말고도 불행에는 총량이 있다는 말과 앞으로 두려울 것이 없을 거라는 말 등. 나는 최대한 힘을 내자는 말을 피해 위로를 건넸고 다시 힘차게 세상을 살아가는 당신을 보며 응원을 연구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고집은 비단 독자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사랑하는 당신이 힘들면 나는 소매를 단단히 걷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좋은 말을 해주려는 습관이 있지만, ‘그래도 내가 듣는 건 잘하지!’ 하며 경청을 자처하는 것이다.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어떤 말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토로할 상대가 절실했을 뿐이다. 그런 대상이 하염없이 들어주고 힘내라는 말이 아닌 사랑한다거나 언제든 기대라는 말을 한다면 그것만큼 큰 위로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내가 전하는 위로의 색을 진중히 살펴볼 때가 있다. 혹시 도장을 찍듯 글을 쓰고 있지 않은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지 자기검열을 하는 것이다. 이 행동이 꽤 뻣뻣하게 보일지라도 나는 당신에게 무한히 다정하고 싶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정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던데 정말 맞다. 해본 사람이 안다고 앞으로 이 연구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탐구하여 다채로운 말로 위안을 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말한다. 내 모든 문장에는 사랑이 담겨있다고. 이 온기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진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이 책을 덮었을 때 구겨진 마음이 조금이라도 펴졌다면 나에게 꼭 이 말을 전해주길 바란다.


“대견해요. 그리고 참 애썼습니다.”


당신에게 이 메시지를 받는다면 나는 눈물을 흘릴까?


책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이야기> 中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음이 울렁거리는 걸 보면 정말 울지도 모르겠다. 저 문장은 그대와 나의 시그널. 우리 앞으로 파이팅과 힘내보단 나만 할 수 있는 말로 누군갈 위로해보자. 나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 뻔뻔히 그대를 응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다정과 위로에는 그 어떤 자격도 필요 없다. 그 예쁜 입으로 온도를 전해보자. 


우리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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