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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이 될 때

by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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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예민할 땐 이 문장을 생각하면 좋다.


"남들도 나를 참아주고 있다."


세상에…. 갑자기 메타인지가 되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몇 초가 지나면 내가 얼마나 철없이 행동했는지 알게 된다. 근데, 사람이 원래 그런 걸 어째. 예민한 나를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고급 박물관에 있는 보물처럼 다뤄주면 좋겠다.


땡깡부리면 안 되는 나이인 거 안다. 그렇다고 솜주먹만 말아 쥐고 씩씩거리며 살 순 없지 않은가.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얼마나 둥글둥글하게 살았는데. 그런데도 예민함은 불쑥불쑥 나타나 나를 고슴도치로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외딴섬에 나를 가두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감정적일 때 하는 행동은 백이면 백 후회하니까.


어느 날에는 카페에 앉아 생각했다.

저기 저 사람이라고 예민한 일이 없을까? 다들 아무 일도 없는 척 참고 살겠지. 예전에 만난 한 작가는 예민할 때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 저는 좀비영화 봐요라고 대답했다. 그 밖에 단골집에서 초밥 먹기, 18년도 조성진 쇼팽 연주 듣기, 교보문고 가서 얼쩡거리기, 1시간 목욕하기, 불파게티 해 먹기 등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예민진화방법론이 세상에 태어나고 있다. 이것은 인생을 좀 살아본 어른이 만든 진국인 철학이다.


누군가는 억누른 화를 참지 못해 폭발하기도 한다. 주변에 있다면 얼른 거리를 두어라. 자칫하단 불똥이 튀어 내 심지에 불이 붙을지도 모르니까. 방법을 모른다면 화병에 걸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랄까? 두려우면 연습하면 된다. 어려우면 책이라도 읽으며 방법을 구해보자. 그래도 안 된다면 이 문장을 떠올려보는 거다.


"남들도 나를 참아주고 있다."


헐크가 되려고 했던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긴 한숨을 쉬며 온순한 아이가 될 것이다. 자, 다시 인생을 살자. 현타가 와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사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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