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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09. 2024

진짜 바쁜지 마음만 바쁜지

일본어로 ‘바쁘다(忙しい)’는 ‘마음을 잃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바쁘게 사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바쁘면 마음이 분주해지고,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쁘다는 말속에 마음을 잃는다는 뜻이 들어 있다는 해석은 혜안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실제로는 바쁘지 않은데도 바쁘다고 느끼는 것이다. 왠지 분주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지만, 막상 돌아보면 특별히 이룬 것이 없을 때가 그렇다. 마음만 급했을 뿐, 진정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요즘 내가 그렇다. 마음은 분주한데 딱히 뭘 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유의미한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바쁘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말은 아니다. 해야 할 일이 없을 때보다, 오히려 할 일이 있을 때 주어진 시간을 더 밀도 있게 그리고 보람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야 쉴 때도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문제는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해 지쳐버리는 것이다.


일이 많더라도 그 과정에서 마음을 돌봐야 함을 깨닫는다. 때로는 잠시 짬을 내 커피 한 잔을 즐길 여유를 갖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 모두 나를 위한 배려이다. 너무 바빠서 마음마저 잃어버리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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