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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19. 2024

다시 쓸 수 있을까

요 며칠 글을 쓰지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쓸 의욕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여러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리게 만드는 상황들 때문에 책상에 앉아 있기가 어려웠다. 보통 밤에 글을 쓰는 데, 책상에 앉으면 피곤함이 밀려와 오래 버티기 힘든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예전에는 피곤해도 기운을 내서 뭔가를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억지로 뭘 하면 다음날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 나이가 들면 욕망이 사라진다지만, 어쩌면 욕망이 사라지기 때문에 기운도 빠지는 것이 아닐까.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품게 되는 욕망에서 자유로워졌으니, 그 대가로 잃는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한편, 글을 쓰려면 내 안에 무언가가 쌓여 있어야 한다. 생각을 깊게 하거나, 책을 읽거나, 뭔가 자극을 받아야 한다. 자극이 없으면 생각도 진전되지 않고, 생각이 진전되지 않으면 책상에 앉아도 몇 줄 못 쓰고 막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의지이고 그 의지를 뒷받침하는 글 쓰는 패턴과 습관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요 며칠 나는 그 패턴과 습관을 잃고 말았다. 만사가 귀찮아 잠시 쓰는 것을 멈추었더니,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외부 상황도 의욕을 꺾는 데 한몫했지만.




그래서 어제는 피곤하지만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썼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어도, 이렇게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12월도 벌써 중순, 세상은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이런 때일수록 각자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돌이켜 보면,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한 탓에 지금의 혼란이 온 게 아닐까 싶다. 그러고도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  


내가 쓰는 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욕심이고 교만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글이 나오리라 믿는다. 글을 쓰는 것이 꼭 그 목적인 것도 아니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건 다른 사람뿐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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