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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0. 2024

인연의 무게 그리고 한계

공직에 있을 때 외부 사람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죄와 잘못을 판단하는 직업의 특성상, 불편부당함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들과 접촉이 많지 않은 것이 좋겠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가급적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피하며 고립된 생활을 했다. 마치 수도사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그만 연줄이라도 동원해서 나에게 선을 닿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맡은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오는 사법연수원 동기나 대학 동문 변호사들이 대표적이다.  


공직을 떠나고 알게 된 것은, 그때 나와 가깝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왔던 변호사들이 이제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사실이다. 자신들과 같은 처지가 된 나에게 특별히 볼 일이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섭섭하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세상이 이런 거였구나. 자기한테 이해관계가 있어야만 연락을 주고받는 거였구나.'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모두 허상에 불과했다.


친구도 다르지 않았다. 조그만 섭섭한 일이 있거나 불편한 일이 있어도 연락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저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를 돌아보지 않고, 결과에 대한 섭섭함만 보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나에게도 문제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연락을 끊을 만한 정도의 일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요즘 들어 인간의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비슷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마음이 들면, 그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하는 마음도 든다. 세상 모든 사람이나 관계가 그렇듯, 나 역시 완벽하지 않으니 사실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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