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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3. 2024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

2011년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는 그의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과거를 꾸며낸다."


누구나 조금씩은 과거를 또는 미래를 자신의 시선과 기준으로 포장한다. 젊은 시절에는 살아온 날이 얼마 되지 않고 다가올 날들이 길기에,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꿈을 꾸기 마련이다. 이상을 지향하며, 조금만 노력하면 비루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때로는 무모한 희망에 불과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꿈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


나이가 들면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긴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더 이상 젊지 않고 신체 활력도 떨어지는 시기,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때는 참 좋았지! 하며, 지금보다 별로 나을 것 없던 과거를 미화하기도 한다. '나 때는 말이야~~' 소위 젊은 세대에서 기성세대를 칭하는 소위 꼰대 문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는 지금이 불만스러울 때가 많다. 세상이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듯 느껴지고, 모든 것이 못마땅해 보이기도 한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한 후 척박한 광야에서 자유인으로 사는 것보다 이집트 노예 생활이 좋았다고 불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젊은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를, 나이 든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를 나름의 방식으로 꾸며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솔직히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결국 지금 이 순간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모두 내 마음과 의지대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시간들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다. 살아온 시간이나 살아갈 할 날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만이 내 삶에 덜 실망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유일한 방법은 현재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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