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괜히 마음만 분주해진다. 1년을 돌아보면 이룬 것도 별로 없고,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추억도 많지 않다. 희망을 품고 시작했던 한 해였지만, 그 희망은 오히려 실망으로 바뀌어 나 자신만 더 초라해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이제부터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동분서주한다. '진작부터 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쉽다. 하지만 여유가 없으면 삶이 빡빡해지고 힘들어진다.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부드러워질 수 있다. 상대방의 화를 받아주기 어렵다면, 그것은 곧 나에게 여유가 부족하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여유는 무엇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세상과 타인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물론 불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끝까지 나를 지키기 위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