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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안다고 생각했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by 서영수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흔들립니다. 날씨가 흐리면 기분도 가라앉고, 해가 떠 화창해지면 좋지 않던 기분도 조금은 나아집니다. 그런 걸 보면 우리 역시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날씨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말과 표정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고, 반대로 따뜻한 말 한마디에 하루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주고받는 감정 역시 하나의 환경처럼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말하려는 신중함, 감정을 함부로 쏟아내지 않으려는 배려는 결국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나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그 말이 남긴 감정은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웃는 얼굴 앞에서는 쉽게 감정을 쏟아내지 못합니다. 내가 먼저 누그러지면, 상대도 그만큼 누그러집니다. 관계는 그렇게 아주 작은 말투와 행동을 통해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주 착각합니다. 내가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대부분 틀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가 김연수는 말합니다. '외로운 밤들을 여러 번 보낸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고.


이 말처럼, 우리는 결국 타인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립니다. 어쩌면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사려 깊은 태도와 역지사지의 겸손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를 다 알고 있다는 오만 대신, 나는 당신을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한 번 더 묻고, 한 번 더 들어야 합니다.


김연수의 또 다른 문장처럼, '한 번 더 말하고,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관계는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오랫동안 제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쉽게 단정했고, 그만큼 많은 오해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큰 착각이었습니다.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관계를 지키는 것은 상대를 다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모를 수도 있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아주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자세는 결국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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