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후에 남겨진 시간>
'나에게는…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아오이란 이름의 한 여자를 나는 언제까지고 잊을 수가 없었다.' 나카에 이사무 감독의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이 문장으로 시작된다.
헤어진 연인들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영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있지만, 이별 이후의 시간이 주를 이루니 이별 후를 그린 영화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제목이 '냉정과 열정 사이'라니, 그 사이에는 과연 무엇이 놓여 있을까.
아마 그 사이에는 사랑했던 그녀가 없는 '오늘'이라는 현실이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뜨겁게 사랑했던 순간들, 식어버린 열정, 그리고 그녀가 떠난 뒤 혼자 남겨진 현실. 주인공 준세이는 헤어진 아오이를 잊지 못한 채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에서 헤매고 있다. 그러나 실패한 사랑 앞에 놓인 현실은 잔인하고, 때로 냉정하다.
두 사람이 헤어진 건 오해 때문이었다. 준세이의 아버지가 아오이에게 몰래 돈을 건네며 아들 곁을 떠나라고 했을 때 아오이는 거절한다. 하지만 준세이는 그녀가 돈을 받고 자신을 떠났다고 오해하고, 아오이는 자신을 그렇게 판단한 준세이에게 실망해 아무 말 없이 사라지고 만다. 물론 그건 피상적인 이유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미 둘 사이에 있던 보이지 않는 균열이 저 일을 계기로 더 깊어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한 번의 오해가 두 사람의 10년을 갈라놓았다. 해명 한마디면 풀렸을 일이, 자존심과 침묵 속에서 둘 사이의 열정은 한순간의 추억으로 남고 냉정이라는 이름의 세월에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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