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 사랑의 가장 순수한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에 본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라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다가 문득 이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 영화를 본 지도 벌써 15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사이 저도 조금은 달라졌나 봅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공자가 말한 사랑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으니까요.
영화 속 주인공 톰이 썸머에게 느꼈던 마음이 그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여느 연인들과 같이 그들에게도 좋았던 순간이 있었고, 가슴 아픈 순간도 있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사랑의 과정이었으니,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함께했던 시간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톰은 이렇게 말합니다.
"Summer, I really do hope that you are happy."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결국 남는 말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가 더이상 내 곁에 있지 않더라도 잘 지내기를, 무엇보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 말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이란 꼭 그 사람일 필요가 없는 '우연'을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운명'으로 만드는 것이다."
저는 이 문장을 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우연히 다가온 사랑은 이루어지고 안 이루어지고를 떠나, 그 순간만큼은 분명 운명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 사람과의 운명까지 함께 끝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사랑이 끝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잃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상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실은 소유에 저항하는 무력함이지만, 내면에서 다시 소유하게 되는 두 번째의 소유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그 사람을 더 깊이 기억하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상실로 인해 얻은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비록 관계가 끝났다고 해도, 함께 사랑했던 시간은 우리 안에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회한과 안타까움으로 말입니다. 우연히 시작된 그 마음이 한때는 우리의 삶을 운명처럼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어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사랑했던 시간이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