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흘려보내는 법

by 서영수

"사랑, 절대로 하지 마. 그런데 사랑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뭔가를 사랑하게 될 걸.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 중에서 내가 왜 하는지 알고 하는 건 없어."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저항하면 할수록 더 빠져들어 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사랑은 불가항력이라는 말이다.


나는 이 대사를, 사랑을 해도 힘들고 하지 않겠다고 버텨도 힘드니 결국 하게 되면 하는 게 낫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였다. 무엇을 하겠다거나 하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단정해 버리면 그것이 오히려 집착이 된다. 그러니 물 흐르듯 감정이 흘럳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그나마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감정을 떨쳐 버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르는데 어떻게 그 생각을 안 할 수 있겠는가. 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그 생각에 더 붙잡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두기로 했다. 그것이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이다. 과거에도 이렇게 마음 먹었더라면 훨씬 덜 힘들었을텐데.


한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시절들. 그들도 결국은 모두 세월과 함께 사라진다.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고, 배우들도 늙어 간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인생은 그렇게 덧없이 흘러간다. 덧없음이 우리 삶의 본질이라면, 그 사실 앞에서 지나치게 슬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꾸 마음이 울적해진다. 정끝별의 <끝없는 이야기>에 나오는 이 구절처럼.



너 있으나 나 없고 너 없어 나도 없던
시작되지 않은 허구한 이야기들

허구에 찬 불구의 그 많은 엔딩들은
어느 생에서야 다 완성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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