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우울증, 어디까지 왔는가?(25.11.27일자)
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서 25년 1월부터 12월까지
사람·이야기·사회·이슈 등을 주제로 정기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바랍니다 :^)
누구나 한번쯤 우울증이나 우울감을 살면서 느낄 것이다. 필자인 나도 그렇다. 개념적으로 구분되어야 하는 용어지만 실제로는 잘 구분하진 않는다. 이번 칼럼의 포커싱을 둔 부분은 '우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승화하는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당사자의 미니 인터뷰를 토대로 장애인의 우울증의 속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우울 경험률은 12.4%로, 2020년(18.2%)보다는 감소했으나 경각심은 늦출 수 없는 수치다. 본 조사에서 "아프거나 우울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거의 없다“고 응답한 장애인 비율은 35.4%로, 같은 해 전체 인구(33%)보다 소폭 높은 것을 보면 말이다. 3년 주기로 진행되는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에 대한 목소리는 어떻게 측정되고 나타날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장애인의 정신건강, 그중에서도 우울증을 주제로 잡은 또 다른 이유는 당사자마다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뉘기 때문이다. 장애, 비장애인을 차치하더라도 어떤 이는 ‘마음의 감기 정도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변인들에게 공유 가능한 만큼 본인의 사례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장애, 비장애인 한분씩 소중한 경험을 전해주었다. 먼저 비장애인의 우울증의 원인과 사례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산후우울증으로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상황이었습니다. 바쁘게 살던 제가 집에만 틀어박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말도 안 통하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괴로웠지만요. 바뀌어버린 내 몸 또한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어서 피해망상이 커져만 갔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햇빛 아래 미친 듯이 땀 흘리며 숨이 넘어갈 듯 매일 뛰는 것이었는데요. 러닝을 한 지도 올해로 7년 차, 현재는 수영 및 헬스 등을 가르치는 전문 코치이자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깨달은 이 행복을 더 많은 이웃들과 나누고 싶어요(39세 정현주님).
위의 비장애인의 우울증의 원인과 사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장애 당사자와 같은지 다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포인트는, 신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 그리고 환경 등의 변화가 갑작스레 우울증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우리 모두 어쩌면 잠재적 우울증 환자로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장애 당사자의 우울증 원인 및 사례에 대해 소개하겠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어렸을 때 가족들한테 받았던 마음의 상처 등이 트라우마로 계속 남아 있습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하면서 증상이 완화는 되었습니다. 뇌병변 장애인이자 우울증 당사자가 되어 보니 느끼는 건데요. 가장 믿는 사람한테 스스로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을 땐 충격을 먹었긴 했지만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저와 같은 우울증 당사자가 운영하는 유튜브도 보고 관련 책도 읽는 게 그것이죠. 마음이 힘드실 때는 도움을 꼭 받으셨으면 좋겠어요(29살 한수민님).
위 두 사례에서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용기 내어 가족을 비롯한 주변에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점에서 울컥함이 느껴진다. 우울증은 장애인이라서 무조건 취약하거나 노출의 위험이 크다는 것도 아니고, 비장애인이라서 이를 이겨낼 힘이 강하다는 것도 아니다. 이것 또한 삶을 살아감에 한번 이상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감정의 기복 또는 쓰나미가 몰려온다.
예방 중요하다.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상담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꺼내고 싶은 이야기는, 나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를 인지하고 어떻게 환기해 나갈지가 그것이다. 수용하고 자신만의 방법과 노력 등으로 ’동반자‘로서 여길지 아니면 계속되는 고립과 우울로 결국 사회와 단절된 채 동굴로 들어가게 되는 ’은둔자‘가 될 것인지를.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으나 우울증을 병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과 이들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돕는 유기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나 상담사 외 당사자와 보호자들의 긴밀한 협조 및 강한 의지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자신의 우울증에 대한 상담 기록을 에세이 형태로 작성하여 인식개선 겸 공유하고 싶다는 10년 넘게 알고 지낸 장애 당사자인 어느 형님의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