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인 마음

by 오월

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

평소보다 적은 사람이 타고 있었지만 앉을자리 하나 없는, 그런 버스 풍경.

버스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얼굴은 지쳐 있었고 최대한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잠을 청하거나, 휴대폰을 들고 짧은 영상들을 휙휙 넘기며 시청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화창하고 활기찬 기운이 가득한 아침 출근길은 환상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버스에는 각자의 고민과 피곤함. 각자의 삶의 무게를 떠안고 버스에 오른 걸음들만이 가득했다.


버스에 탑승하고 한 정거장이나 지나갔을까.

여러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 올랐고 그중 연세가 꽤나 지긋하신 노부부가 탑승했다.

내리는 문쪽에 앉아있던 학생은 말없이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비워두었으며 또 다른 학생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참으로 무거운 말이다.

"아유, 미안해서...."


고맙다가 아닌 미안하다는 어르신의 화답이 와닿았다.

어린 학생이 양보한 자리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고 건네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묻어난 화답이었다.

양보의 말을 건넨 학생의 언어도,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한데 섞인 어르신의 언어도,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행동으로서 보인 다른 학생의 비언어도.

별거 아닌 듯 하지만 별거인 마음이 오고 간 따스한 아침 출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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