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 여행 3-4일 차: 극락사, 카피탄 켈링 모스크, 나시르막
꾸역꾸역 써내는 페낭 여행기 3탄. 기차로 방콕까지 돌아온 다음 편이 마지막이고 이번 편은 3-4일 차에 갔던 극락사, 카피탄 켈링모스크, 음식 위주로 빠르게 요약해 보겠다.
3일 차
페낭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나시르막을 먹었다. 백종원 스푸파에 나왔던 Ali Nasi Lemak Daun Pisang(https://maps.app.goo.gl/pL8ws9YYbXhhjDjv9). 다양한 음식을 파는 곳들이 몰려있고, 일단 앉으면 음식 메뉴 외에 음료를 필수로 시키거나 자리값을 내야 한다.
귀여운 나시르막.
매콤한 삼발소스와 멸치... 내 입맛에는 너무 잘 맞았고 맛있었다. 페낭 최애 음식.
폭력적인 비주얼의 달달이 커피와 함께 먹고 행복한 혈당 스파이크~
아침을 먹고 그랩을 불러 극락사(켁록시)로 갔다. 페낭힐 근처에 있어서 묶어서 같이 가는 것 같았는데 나는 고민하다가 극락사만 가기로 했다. 페낭힐은 케이블카가 비싸...
그랩 기사님은 중년의 여성분이었는데 페낭힐 거기 볼 것도 없는데 관광객들 왜 가는지 모르겠다고 가지 말라고~ 하셔서 더 기분이 좋아졌다 ㅎㅎㅎ 그리고 갑자기 브로슈어 같은 걸 보여주시더니 맛집을 줄줄이 추천해 주시고, 어디는 목요일이 휴무고 어디는 화요일이 휴무니까 그날 피해서 가야 한다는 등 필요한 정보를 아주 일목요연하게 잘 말씀해 주셨다. 톡톡 튀는 말투에 직설적인 기사님 넘나 쿨하고 재밌으셔서 절겁게 극락사까지 이동했다.
극락사도 높이가 있어서 케이블카는 아니고 엘리베이터라고 해야 하나... 경사형 엘리베이터? 모노레일? 아무튼 그런 걸 타고 올라갈 수 있는데 나는 일단은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중턱까지는 걸어서 올라가고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갈 때만 한 번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는 또 걸어서 그냥 왔다.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할 만하다. 이것도 그랩 기사님이 "캔 캔! (Can Can)" 이라고 미리 알려주셨었음.
소원 리본을 비롯해 촛불, 기왓장에 이름 쓰기 등 공덕을 쌓고 소원을 비는 각종 이벤트들이 많았다. 태국 사원에도 이런 액티비티(?)가 참 다양하게 많은데 여기 절도 만만치 않았다. 소원 리본에 프린트된 내용들도 재밌다. 성공적인 커리어, 사업 번창, 건강, 안전, 학업 성취, 행복, 세계 평화(!!!) 등... 생각해 보면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들이 사실은 이 몇 가지 카테고리 안에 다 포함되는 것 같다. 보편적인 정서란 이런 걸까.
켁록시에서 많이 걷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약간 새우탕 같은 호키엔미인데, 진짜 맛있었다... 무조건 제일 큰 사이즈 시켜야 한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해서 먹었다. 실내는 에어컨도 없고 더웠지만 땀 흘리며 개운하고 얼큰하게 먹었다.
888 Hokkien Mee https://maps.app.goo.gl/dJZoCets1F9seVzX9
4일 차
빠르게 휙휙 넘겨 4일 차로 가보겠다. 이날은 종교 대통합의 날이었다. 지도를 보다가 한 블록 간격으로 모스크, 가톨릭 교회, 힌두교 사원, 불교 사원, 민간신앙이 섞인 절이 모여있는 게 흥미로워 날을 잡고 종교 시설만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카피탄 켈링 모스크. 페낭 최초의 모스크로 인도에서 이주한 무슬림 상인들이 지었다고 한다. 무려 1801년에 완공된 오래된 이슬람 사원이다. https://maps.app.goo.gl/Loa1w813pRteKamv9
입구에서 자매님들(?)이 반겨주시며 그냥 돌아볼 건지 설명을 원하는지 물어보셨다. 오 직접 설명도 해주시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가이드를 부탁드렸다. 나는 긴치마를 입고 스카프도 미리 준비해 갔는데, 스카프를 히잡처럼 얼굴과 어깨에 둘러주셨다. 스카프는 사원에서 빌려주시기도 한다.
모스크를 보거나 기도 소리를 들은 적은 많아도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가 됐다. 자매님은 간단히 모스크의 역사와 이슬람 교리와 연관된 모스크 건축의 특징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기도 전 몸을 씻기 위해 있는 공간이라든지, 유일신을 섬기기 때문에 내부에 어떤 동상이나 그림이 없다는 것 등. 어떤 상(Statue)도 우상숭배로 여기는 개신교와 통하는 면이 있었다.
설명이 끝나고 나자 사원에 비치된 이슬림 교리, 꾸란, 혹은 다양한 오해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리플릿을 가져가도 된다고 하셨다. '이슬람과 여성인권' '이슬람과 예수' 등 종류가 굉장히 많았는데 놀라운 건 한국어로 된 리플릿도 있었다. 구글번역기로 된 것이 아니라 한국 협회(?) 차원에서 잘 만든 리플릿이었다. 이슬람은 예수를 어떻게 보는가와 관련된 리플릿 하나를 가져왔는데, 주 내용은 예수라는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는 인간이고 모세와 같은 선지자 중의 하나라는 내용이었다. 나이롱 신자이긴 해도 집 안에 목사가 여럿인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나에게는 더 신기하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개신교의 핵심인 삼위일체론이 완전히 부정되고 (이슬람 입장에서는 사이비) 예수와 모세가 같은 급이라니. 우리가 저마다 진리라 믿는 것들, 불변의 절대적인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들 조차 사실은 얼마나 상대적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 가지 않은지 몇 년이 지났지만 저걸 읽고 나니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정말 오랜만에 CCM을 들었다 ㅋㅋㅋ
다음으로 스리 마하마리암만 힌두사원에 갔는데 예배 시간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아쉽지만 밖에서만 보고 이동했다.
이번에는 세인트 조지 성공회 교회! 무려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오래된 성공회 교회라고 한다. 내부 공사 탓인지 문이 닫혀 있어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조용하고 성공회 교회 특유의 성당 같은 건축물이 멋졌다.
https://maps.app.goo.gl/PUtz92Ysi3TqnYas5
정처 없이 떠돌다 발견한 문구점 p.66. https://maps.app.goo.gl/RCHVt9CL6MosqWWS9. 귀여운 걸 많이 팔고 있었고 안에는 카페도 있었다.
Typical Us라는 말레이시아 브랜드에서 나온 바틱 무늬 양말도 샀다 히히. (인스타그램 @ typicalus.my)
이렇게 3-4일 차 여행기는 끝! 기타 랜덤 이미지들.
바닥 타일이 예뻤던 페낭. (더러운 내 운동화..)
진짜 두리안이 들어간 두리안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다. 진짜 리얼 두리안 맛이라서 너무 신기했고 봉지 뜯으면 냄새가 강하게 온다 ㅎㅎㅎ
페낭 특유의 복도+아치형 입구 건물 사진 모음.
마지막 편에서는 페낭에서 방콕까지 기차 타고 오는 여정을 기록해 보겠다. 투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