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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병선 May 04. 2017

미국 창업 생태계와 행사의 독특함

Collision 컨퍼런스를 참관해서 느낀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

나는 5월 첫 주는 늘 가족과 함께 남해를 여행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리포트를 만드는 커뮤니티의 파트너로서 Collision 컨퍼러스에서 포럼 모임이 진행되어 눈물을 머금고 이곳에 참여하였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컨퍼런스중의 하나이지만, Collision은 유럽에서 유명한 Web Summit 파운더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컨퍼런스로 조금씩 그들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컨퍼런스는 일반적인 기술 트랜드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는 손님을 모을 수가 없다. Collision도 핵심 테마는 기술 컨퍼런스이지만, 새로운 기술과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기때문에 50% 이상의 참가자는 스타트업 관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행사에서 참관하면서 개인적으로 엔젤 투자자로 시드 엑셀러레이터인 빅뱅엔젤스의 대표로 느낀 점을 몇 가지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1. 다양성 관점에서의 창업자의 인종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하루에 대략 80팀 정도이다. ALPHA 단계와 BETA 단계의 스타트업으로 나눠지는데, 흥미로운 점은 미국 스타트업 창업자의 인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최근까지 미국 스타트업의 창업자 백인의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행사에서 느낀 점은 창업자 중에서 10% 정도는 흑인이, 10% 정도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양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참여자가 많아지면서 보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아직 여성 창업자가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인종의 창업자가 많아지면 더욱 경쟁은 심해지기는 하지만 훌륭한 인재가 인종에 상관없이 더욱 많이 도전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강성에 대한 지표중의 하나가 스타트업 창업자의 인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인종의 다양성 이슈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극복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2. 찾기 어려운 대학생 창업자

우린 일반적으로 미국의 스타트업을 생각하면 페이스북의 마크 주크버크나 Snap의 에반 스피겔을 생각한다. 통계를 찾지는 못했지만 하지만 미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사실 대학생 창업자는 아닐 것이다. 실제 이번 행사에서 80팀을 대략 만나봤을때, 창업자의 나이가 20대로 보이는 팀은 3 곳 정도였다.  

물론 창업자의 나이와 경력이 많은 것이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파운더의 관련 분야의 경력은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특히 B2C 분야의 소셜 네트워크나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테마에서 대부분의 창업자의 경력은 10년차 이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참신하고 신선한 B2C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역시 젋은 세대가 아니고서는 어렵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어려운 것은 과연 내가 Snap의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을때 엔젤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점이다. 솔직히 스타트업 컨퍼러슨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B2C 서비스들은 알파나 베타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들어보면 대단히 새로운 것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모바일 서비스가 이제 성숙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스타트업의 성장이 아이디어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Facebook, Snap, Instagram이 아이디어만 들었을때 그 가능성을 평가하기는 어렵기때문이다. 


3. 강연이 아닌 토크쇼, 수다 떨기  


컨퍼런스에 다녀보면 진행 방식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특히 이들의 컨퍼런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수다 떠는 방식"의 패널 토의이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컨퍼런스라는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고 일방향으로 강연 형식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발표하는 사람도 재미없고, 듣는 사람도 지루할 수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패널토의는 진행자의 능력에 따라서 매우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반대로 청중의 수준에 맞추어서 토론 수준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여러명이 토론하듯이 얘기하게되면 보다 내용에 집중력을 높일 수가 있다. 

여기 친구들은 "Fireside Cha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사실 나는 맨처음에 이 용어를 들었을때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컨퍼런스에서 패널 토론을 하는 것을 보며 그 용어에 진정한 의미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컨퍼런스도 대부분의 세션은 사실 Fireside Chat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물론 짧은 시간에 임팩트있는 강연을 하는 TED 같은 방식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보다 전문가나 특정 분야의 컨퍼런스에서는 패널 토의만으로도 의미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4. 컨퍼런스는 사람을 만나는 곳, 그리고 깊이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나이트 라이프!

점점 이런 행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거지만, 컨퍼런스는 "교육"을 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네트워킹"을 하러 오는 곳이다.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이라면 얼마든지 인터넷을 통해서 동영상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사업을 협력하고 투자를 하기 위해서라면 직접 만나서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해외 컨퍼런스를 참여하면서 부러운 점은 바로 이들의 "야간 컨퍼런스 문화"이다. 이건 우리나라 어떤 기술/트랜드 컨퍼런스에도 없는 문화이다. 물론 한국이라는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우리는 사실 늘 만나고 평소에도 언제나 만날 수 있기때문에 이런 문화가 필요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컨퍼런스가 단순히 정보의 공유가 아니라면 관계의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지이 이번 행사의 저녁 행사(?)에서 만난 CNN의 제품 책임자는 자기 보스가 일부러 행사에 가서 신규 인력을 "채용"하라고 보냈다고 한다. 즉 컨퍼런스 참관의 목적이 네트워킹이며, 네트워킹의 목적은 파트너 발굴이나 채용인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원거리 지역에서 참가자가 모이는 이들의 컨퍼런스는 우리처럼 하루에 끝나지 않으며, 당연하게도 행사 참가자를 위해 매일밤 파티가 기획되어 있다. 

사실 본인도 이런 파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문화의 차이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이렇게 생소한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과 오픈 마인드로 자신의 비즈니스와 사업 개발에 대해서 토론하고 관계 형성을 한다는 점은 우리가 배워야한다.


미국 창업 생태계는 올해를 정점으로 거품이 꺼질 거라는 소식도 조금씩 들리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관점에서 거품이 꺼지는 것과는 별개로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변화는 쉽게 사그라들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향후 전세계 경제가 고성장이 약속되지 않는한 큰 기업만의 힘으로 사회의 변화가 만들어지는 시기는 지나갔기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갈길은 멀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빅뱅엔젤스도 제 역할을 조금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멀리 뉴올리언즈의 외로운 호텔에서 

퓨처워커 황병선

2017년 5월 3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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