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병선 Oct 24. 2020

교육용 로봇은 로봇이 아니다

미국 스타트업으로 한때 주목받았던 지보는 저도 주문했다가 환불받았던 소셜 로봇 제품입니다. 컨셉은 좋았지만 결국 제품이 플랫폼이 되려면 “킬러 앱”이 있어야하는데, 그걸 만들지 못한게 핵심적인 실패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지보는 “제품”으로서도 킬러 기능이 없었고, 플랫폼으로서도 너무 제한적인 기술을 탑재했다고 보여집니다. 즉 하드웨어 자체의 컨셉은 앞서 나갔지만 AI 스피커처럼 “음성 인식” 기술 자체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수준으로 개발자가 몰려들만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자율성이 높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제품” 플랫폼 전략을 하고 싶다면 벤치마크할 실패 사례입니다.


제품 플랫폼은 처음부터 플랫폼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바로 위의 “지보”에서도 실패한 이유이구요. 즉 처음에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소셜 로봇”이라고 포지셔닝 했지만 이것이 로봇 기반의 메신저인지, 로봇 기반의 “교육 도구”인지, 로봇 기반의 “지능적인 친구”로서의 “핵심 기능”인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지보가 “스마트 스피커”와 같이 “음성 검색”이나 “음악 스피커”로서의 핵심 기능을 만족시켰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참조: Smart Speaker Owners Agree That Questions, Music, and Weather are Killer Apps. What Comes Next?


이를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교육용 로봇 스타트업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교육용 로봇” 스타트업이 비슷한 제안을 하는 곳들이 있는데 같은 프레임워크로 기술/제품/서비스 플랫폼 관점에서 이런 질문을 하고 싶네요.


기술 관점에서 과연 귀사의 제품이 “로봇 기술” 자체가 뛰어난 건지 묻고 싶습니다. 기술 자체가 뛰어나다면 경쟁사 대비 어떤 기술 요소가 “수치”적으로 뛰어난건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수치”로 자신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쟁사 기술보다 빠르거나 효율적이거나 저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기술 자체로 IP 라이센스를 하거나 아니면 이를 독점 제품화하거나 또는 그 기술 자체를 써드파트에게 제공하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ARM과 같은 회사의 IP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입니다.


제품 관점에서는 코딩 교육처럼 빠르게 확대되는 시장에서 “교육용 제품”으로 경쟁자 대비 가격이 저렴하거나 강사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건지, 다른 경쟁사 교육용 로봇 제품보다 교육 효과가 뛰어난 건지, 아니면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요소를 갖진 제품인지 제시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제품 판매가 가능해지고, 제품 자체도 제품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콘텐츠 개발자에게 공개하고, 교육 콘텐츠 개발자가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동작하는 것입니다. 모든 제품은 처음부터 “플랫폼”이 될수 없습니다. 제품이 10만대 이상은 판매되어서 “고객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이들을 대상으로 써드파티의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는 “채널”이 있고, 결과적으로 써드파티에게 마켓플레이스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가끔 “교육용 로봇” 기업이 “로봇”이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는데 “교육용 로봇”의 경쟁력은 “로봇 하드웨어”에서 나온다고 보지 않습니다. “교육”이 본질입니다. 따라서 교육을 위해서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지 로봇으로서의 경쟁력을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육 콘텐츠 사업”의 본질은 “콘텐츠” 사업이라고 봅니다. 저는 교육 회사의 경쟁력의 본질이 “콘텐츠”의 독창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 그리고 “스토리텔링”이라고 보기 때문에, “로봇” 기반 교육 사업의 경쟁력이 “로봇”의 기술력에서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VR 기반의 수술 교육 사업”이라면 VR 기술은 경쟁력의 일부일 뿐 본질은 “수술 교육” 콘텐츠에 있습니다. 즉 Enabler technology가 Core Value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앞에서의 예처럼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 있으면 “제품”이 아닌 “기술” 자체로 판매할 수 있어야합니다. 따라서 “교육용 로봇” 기업이 “로봇 기술 기업”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 미국의 EduTech 기업중에서 기업 가치가 높은 기업은 대부분 “서비스 플랫폼” 기업 즉 “마켓플레이스”가 대부분입니다.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사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학생 간의 시장 플랫폼입니다.


따라서 교육용 로봇도 이론적으로는 독점 기술 기반의 제품으로, 독창적인 교육 콘텐츠로 교육 효과가 좋다면,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네트워크를 만들수 있습니다. 그리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교육 서비스 제공회사를 써드파티로 참여시키는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그 플랫폼의 중심이 되고 써드파티를 종속시킬 수 있는 “제품 플랫폼”을 판매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스마트폰 생태계의 모습입니다.


저는 초기 단계 기업의 성장의 중요한 요소가 “시장”과 “제품력”에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팀의 능력은 기본 이상이어야 하겠지만요. 시장이 성숙되었고 기업의 제품이 이미 검증되었다면 대부분 “마케팅” 전쟁입니다. 하지만 초기 단계 기업이라는 “스타트업”의 정의는 아직 “명목적 시장이 존재 하지 않은”, “검증되지 않는 제품”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상황”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요소가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예측도 설명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운”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품력”은 우리가 제어하는 요소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인가? 본질적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이 경쟁사 대비 뛰어난 점은 어느 정도인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에 투자해야하는가? 이런 것이 바로 기업의 경쟁력을 위한 전략입니다.


교육용 로봇 시장은 성장할 겁니다. 상상을 해보면 최종적인 모습은 아마도 50년 이후에나 나올 것 같은, “아톰” 만화에서 볼 수 있었던 “교육용 로봇 선생님”이 될 겁니다. 실제로 “지보”의 데모 비디오에서는 이런 “꿈”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컨셉” 비디오로 그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본격적으로 온라인 대학교가 확산되는 단계이죠. 아직 “교육용 로봇 선생님”은 꿈이고 우리는 현실적으로 “로봇과 코딩을 기반으로 논리력 교육”을 하는 교육용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청소년을 위한 “논리력 교육” 시장은 이미 존재하고 앞으로 영원히 존재할 시장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로봇 기반으로 교육을 한다고 “로봇 기업”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교육 기업”이죠. 로봇과 함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따라서 로봇의 기술보다는 교육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로서 로봇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교육 사업은 교육에 대한 철학과 스토리텔링이 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아예 교육 콘텐츠 전달을 위한 “미디어” 기업이 되어야 할거구요. 인터넷이란 기술이 독립적인 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교육용 로봇 시장은 아직은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콘텐츠”입니다.

참고: 교육용 로봇 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