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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병선 Feb 03. 2021

클럽하우스의 독특함,  필요없는 기능 3가지

클럽하우스, 서비스 플랫폼 분석 #1

출시된 지 1년 만에 기업가치 1조를 인정받은 클럽하우스(Clubhouse)에 대해서 플랫폼 기획자 입장에서 몇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클럽하우스는 음성 대화 기반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다. 어찌 보면 이제는 너무 일상재가 되어버린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이 성장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분명해 보이는 것은 코로나 사태가 Zoom.us를 성장시켰듯이 클럽하우스의 성장에도 기여했다는 점이다.  


또한 클럽하우스는 아직까지 아이폰 사용자 중에서 초대받은 사람만이 사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초대자 위주의 고객 확대 전략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 참가자의 충성도와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바이럴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동작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서비스 플랫폼의 기획자 관점에서 클럽하우스를 분석하면서, 그들이 "일부러 만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 기능"을 설명해보려고 한다. 특히 소비재 플랫폼에서 서비스 기획자가 쉽게 가질 수 있는 오해는 "소비자는 기능이 많은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서비스 기획이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만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즉 기획자는 "다양한 기능이 아니라 필수적인 기능"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클럽하우스가 제공하는 기능이 아닌 "제공하고 있지 않은, 그렇지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이것이 어떤 "차별점"을 만드는 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미디어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특히 소셜 미디어를 기획한다면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를 정독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기억에 남는 개념은 바로 "따듯한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의 차이이다. 이런 이해를 기반으로 우리는 클럽하우스가 만들려는 새로운 "미디어"가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맥루한이 정의한 미디어에 대한 분류에 대한 논의는 차지하고, 우리가 맥루한에게서 배울 점은 바로 "미디어에 대한 소비자의 참여 정도"이다. 즉 서비스 기획자로서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 때 소비자의 참여의 방식과 정도에 대해 매우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서비스의 기능"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앞으로도 클럽하우스가 다음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화 녹음


누구나 한 번쯤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면 필요성을 느끼는 기능이 아마도 "녹음"일 것이다. 지금까지 클럽하우스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사람과 대화를 통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대화가 지적일 수도 있고, 재미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본질은 "대화의 즐거움"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본인이 느꼈던 "즐거운 대화"의 내용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진다. 따라서 클럽하우스에 소비자가 바라는 가장 우선적인 기능 중의 하나가 바로 "대화의 녹음"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녹음 기능을 추가하면 서비스의 "독특함"이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클럽하우스는 앞으로도 녹음 기능을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녹음 기능이 없음으로 인해서 실시간 대화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참여하는 바로 그 시간이 아니면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다. 마샬 맥루한의 용어로 얘기한다면 클럽하우스는 차가운 미디어로 소비자의 높은 정도의 참여도를 요구한다. 하지만 녹음 기능으로 실시간 대화에 참여하지 않아도 나중에 내용을 들을 수 있다면 다른 서비스와 차별성이 떨어지게 된다. 즉 팟캐스트나 유투브와 별 차이가 없어진다.


클럽하우스의 독특함은 바로 "대화에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는 기능"에 있다. 이는 기존의 팟캐스트나 유투브에서 절대 제공하지 못하는 개념이다. 물론 트위터가 유사하게 이런 "개방된 대화"에 참여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수많은 문자 기반의 "메신저"에서 제공하던 기능이다.


여기서 클럽하우스의 독특함이 바로 기존의 "문자 기반의 비실시간" 대화가 아닌 "실시간 기반의 음성 대화"라는 점이다. 여기서 "문자"와 "음성"이라는 미디어의 차이와 "실시간"과 "비실시간" 대화라는 미디어 전달 방식의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클럽하우스의 독특함은 바로 "참여도가 높은 실시간 음성 대화"라는 점이다. 따라서 참여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서비스의 기능을 추가한다면 스스로의 장점을 저해하는 기획이 된다.


비슷한 사례로 분명히 Twitter에도 DM이라는 기능은 실시간으로 전달될 수 있는 문자 대화 기능이 있지만 이를 "실시간"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소비자의 실시간 참여도가 높지 않은 기능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트위터로 실시간 대화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간단한 메시지를 위한 비실시간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이메일 같은 느낌으로 사용한다.


결론적으로 클럽하우스는 소비자의 실시간 참여도를 낮추는 방향인 녹음 기능을 추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시간 문자 채팅


클럽하우스를 쉽게 설명하자면 "음성 기반의 유투브 방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팟캐스트는 오히려 철저하게 "비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오디오 미디어 이기 때문에, 오히려 클럽하우스의 경쟁자로 보기 어렵다.


클럽하우스의 서비스 포지션을 나타내는 단어를 제시한다면 "우연히 참여할 수 있는" "오디오" "대화방"이다. 클럽하우스의 기획자는 정확하게 앱 소개 페이지에서 "Drop-in audio chat"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클럽하우스의 가중 중요한 가치는 "우연히 참여할 수 있는 대화방"이라는 점이다. 앞서 제시한 "유투브 방송"의 일반적인 서비스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사전에 협의된 사람 이외에는 "음성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 다른 참가자는 모두 "실시간 문자 채팅"을 통해서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유투브 방송에 참여해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참여자가 적은 소규모 채널 이외에는 "문자 채팅창"을 통해서 "대화"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철저하게 "시청자"로서 "반응"을 보이는 수준이지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투브 실시간 방송"과 클럽하우스의 서비스 포지션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지만 유투브 방송에서는 채팅창을 통해서 시청자의 의견을 듣고 "응대"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이다. 사실은 그 가치를 극대화해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것이 바로 "별풍선"이라고 생각한다. 즉 방송 진행자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개별적인 반응을 해주는 대가로 별풍선이라는 가상 화폐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시청자의 반응까지 대응하다 보면 "대화"가 끊어질 수 있다. 즉 대화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몰입도가 떨어지면서 클럽하우스의 경우는 그들의 본질적인 가치인 "대화의 참여에서 오는 즐거움"을 훼손시킬 수 있다.


이런 것을 적절하게 수용한 것이 바로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손 들기" 기능이다.

발표자가 아닌 참가자가 "우연하게 대화에 참여하는 기능"을 위해서 손 들기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모더레이터"의 선택에 달려있다. 즉 모더레이터가 바로 "대화의 참여자"에 대한 큐레이터가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대화 참여자와 대화 간의 연관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대화 참가자와 청중 모두의 만족감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즉 모더레이터는 재미가 없거나 또는 지적 즐거움을 줄 수 없는 수준으로 대화가 진행되지 않게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주로 듣기만 하는 참가자 입장에서도 실시간 채팅 화면은 "시선"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음성"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심지어 청중에게 제시하는 서비스 시나리오가 언제 어디서라도 화면도 보실 필요 없이 "편안하게 듣기만 하세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시간 채팅 기능은 보지도 않을 것이고 있으면 오히려 집중에 방해만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클럽하우스는 앞으로도 "대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기능을 추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바로 핵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회원 간의 문자 채팅


현재까지 클럽하우스에는 회원 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문자 채팅 또는 DM 기능이 없다. 즉 문자 기반의 메신저 기능을 아예 제공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음성 대화로 1:1 간 음성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그것은 서비스의 핵심 컨셉인 "실시간 대화방"의 하나의 유형일 뿐 "비실시간 문자 채팅" 기능은 아직까지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필자의 궁금증은 향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회원 간의 비실시간 문자 채팅"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것인가에 있다.


기본적으로 클럽하우스의 핵심 가치는 "새로운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것"에 있다. 따라서 어떤 대화방에서 향후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은 니즈가 발생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쉽게 해결하는 기능이 바로 1:1 메신저 기능이다. 대부분의 커뮤니티 플랫폼의 경우 회원 간의 1:1 대화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 관점에서 장단점이 있다. 현재까지 클럽하우스의 컨셉은 "방송"에 가깝다. 이는 클럽하우스의 초기 컨셉에 대한 a16z의 글에서도 알 수 있다. 즉 서비스 기획자는 클럽하우스를 초기에 디자인할 때 "토크쇼"라는 메타포어를 사용하였으나, 아마도 대중성을 고려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대화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클럽하우스"의 개념으로 변경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프라인의 Clubhouse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는 공간이지만 개방된 공간이다. 즉, 5명~10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만의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토크쇼"와는 달리 그 대화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단 기존에 대화에 참여한 친구가 "동의"를 해주어야 한다. 사실 클럽하우스 같은 공간에서 "모더레이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여기서 우리는 클럽하우스 서비스가 토크쇼와 클럽하우스의 중간쯤으로 포지셔닝한 것을 알 수 있다.


서비스의 핵심 컨셉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클럽하우스가 주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우연히 듣는 재미있거나 유익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들 간의 관계의 지속성을 위한 비실시간 기반의 문자 대화 기능을 굳이 제공할 필요는 없다. 이는 이런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발 관점에서도 고려할 사항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대화 참여자나 청중이 대화방에 있던 사람과 직접적인 대화를 원한다면, 각자는 자신의 프로필에서 또는 다른 채널인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얼마든지 서로 DM을 교환할 수 있다. 상대방 모두가 이를 정말로 "원한다면" 말이다.


이는 반대로 주로 대화 참여자가 청중에게 "대화하고 싶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도 선택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즉 클럽하우스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친구 간의 대화를 하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사람" 또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확률이 높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클럽하우스에서 회원 간의 문자 채팅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재미를 느끼는 새로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라 필자도 약간은 스스로에서 질문하면서 정리해보고 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삶은 지루하다.


퓨처워커의 미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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