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일을 선택하는 우선순위 가치가 있다. 사회적 지위, 급여, 복지, 조직 문화, 재미 등 가장 포기하기 힘든 요소가 하나쯤은 있다.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친구는 창업을 하고 싶음에도 직장을 포기 못한다. 도전과 의미보단 월급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조직 문화, 의미, 재미가 급여보다 우선되었다. 물론 돈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있지만, '+ a'가 훨씬 중요했다. 일하면서 의미와 재미, 성장하는 즐거움 등을 느끼지 못하면 금세 회의감에 젖어들고 활력을 잃곤 했다. 청소년 대안학교에서 일하며 번아웃이 왔을 때, 박봉이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버텼었다. 돈보다 의미, 보람, 재미가 나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환경이 바뀌면서 가치관의 비중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나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와 목표가 생기자, 자연스레 돈에 대한 관심과 우선순위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부터 앱테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커피 값을 아껴보겠다고 스타벅스 쿠폰 이벤트를 알아보고 신청하고 소소한 절약 거리에 눈을 돌렸다. 이전의 나라면 귀찮아, 개인정보 팔린다, 푼돈 버는 시간에 자기 관리에 힘쓰겠다며 안 했을 거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괜찮다. 생각보다 귀찮지도 않고, 개인정보는 이미 팔릴 대로 팔렸다는 마음으로 하니 스트레스 안 받는다. 푼돈이지만 절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돈 때문에 시작했지만 나름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흔히 ‘돈 되면 다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마인드로 일하는 게 용납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의미도 보람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싶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지만 접근 순서를 조금 달리하려 한다. ‘의미가 없다면 일하지 않겠어’에서 ‘돈이 된다고? 일단 해보고 나름의 의미와 재미를 찾아볼까?’라는 태도로 말이다.
얼마 전 낭만적 밥벌이를 내려놓겠다 결심했지만 ‘돈’만 추구하며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난 여전히 돈 안 되는 글을 쓰고 여러 가지 모임과 프로젝트를 시도하며 산다. 하지만 이전보다 돈 벌 궁리를 더 많이 한다. 이제는 의미와 재미뿐 아니라 돈도 추구하는 사람이 되겠다.